[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당분간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물리적인 합병을 지양하고, 삼성토탈과 한화케미칼의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 측 경영진도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한화 고위관계자는 2일 “독립 경영체제를 통해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현 경영진도 당분간 그대로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간 전략적 협력관계의 대표적인 예는 NCC(나프타분해센터) 사업이다. 한화케미칼과 삼성토탈은 모두 나프타를 열분해해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전남 여수에 위치한 자회사 여천NCC를 통해 연간 191만t의 에틸렌을 생산해 왔고, 삼성토탈은 충남 서산에 100만t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췄다.
이에 한화그룹은 삼성토탈이 중북부 지역을 맡고, 한화케미칼이 남부 지역을 전담토록해 물류비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보통 석유화학회사들이 여수를 통해 에틸렌을 수출하는데, 수출물량 전량을 여천NCC에서 생산해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료인 나프타를 함께 대량 구매해 원재료 구입비용을 낮추는 방법도 유력하다. 두 회사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합하면 국내에선 1위, 세계적으로도 9위 규모에 달한다. 두 회사가 ‘규모의 경제’를 이뤄 가격경쟁력을 강화,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중동과 북미 업체들과의 경쟁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다.
당분간 ‘따로 또 같이’ 경영체제를 유지함에 따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경영진도 그대로 근무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당초 직원 8200여명에 대한 100% 고용승계를 약속했으나, 인수 후 경영안정화를 위해 경영진들의 임기도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다. 한화 관계자는 “조만간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양측 경영진이 참가한 가운데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 경영진들의 협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독립경영체제는 한화그룹의 후계 승계작업에도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종합화학과 그 자회사인 삼성토탈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인수하는데, 그중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의 자회사다. 한화에너지가 삼성토탈을 통해 성장을 거듭할 수록 자연스럽게 한화S&C의 기업가치도 더 높아지는 구조다. 만약 삼성토탈이 한화케미칼에 흡수합병되면 이같은 효과도 희석되게 된다. 재계는 한화그룹이 한화S&C와 (주)한화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후계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