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헬스케어 ‘루먼랩’ 임재현 대표

발달장애 가능성 모니터링 솔루션 개발

AI가 동영상 분석해 아동 발달과정 확인

다양한 객관적 지표 확보 진단 정확도 ↑

장애여부 등 종합 판단...치료까지 연계

0~7세 생애주기 아우르는 ‘슈퍼앱’ 목표

임재현 루먼랩 대표가 영유아 발달장애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는 자사의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며 포즈를 취했다.
임재현 루먼랩 대표가 영유아 발달장애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는 자사의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며 포즈를 취했다.

영유아를 양육하는 부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불안감’이다. 100일이 지나도 뒤집기를 못하고, 5개월이 지나도 첫 이(齒)가 보이지 않는 등 발육, 발달 상태가 다른 아이와 차이를 보일 때 부모들에겐 덜컥 불안감이 찾아온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주변 아이 엄마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맘카페를 뒤적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손쉬운 방법들은 대부분 ‘비과학적’이다. ‘과학적’인 병원 상담은 기회를 잡기 어렵다.

영유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먼랩의 임재현 대표는 “데이터로 이 같은 불안감을 덜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루먼랩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영유아의 발달장애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 아이가 활동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앱에 올리면 인공지능(AI)이 동영상 속 아이의 행동 특징을 분석, 발달 상황을 파악해 알려준다. 동영상은 아이의 월령에 따라 특정 활동 모습을 올리게끔 지정된다.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설문조사 등도 병행한다.

임 대표는 루먼랩이 발달장애 여부를 진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진단은 의사 고유의 영역이다. 단순히 특정 지표가 보였다고 해서 발달장애로 단정할 순 없다. 제반 임상적인 상황, 부모 성향 등을 다 고려해야하는 것이 진단이다. 루먼랩은 스크리닝과 진단 보조, 이후 치료나 관리와의 연계에 집중하고 있다.”

루먼랩은 임상에서 사용되는 제품군과 일반 아동에게 사용되는 제품군으로 나눠 솔루션을 제시한다. 임상에 사용되는 것도 진단 보조만 한다. 임 대표는 “해당 아동이 대근육 영역에서는 몇 개월 정도, 소근육은 몇 개월 정도의 수준을 보인다는 것 등을 보여줘 의사들의 진단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의사나 임상심리사 등이 과학적으로 분석된 상세한 문진 결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는 이 정도 수준이니 우려가 된다면 발달센터를 가 보는 것도 좋겠다는 정도의 조언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발달지연 가능성을 스크리닝 하는 것은 아이들의 행동에서 특이점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루먼랩은 어떤 행동들을 판단 지표로 할 지도 개발 중이다.

임 대표는 “발달지연 자체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일반 아동들과 발달지연 아동을 통합해서 긴 시간 동안 유의미한 데이터를 모아본 연구는 많지 않았다”며 “때문에 기존 발달장애 판단에 좋은 지표로 알려졌던 것들도 정작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계단 올라가기는 아이의 성장 과정에 따른 대응력을 보기 좋은 지표지만 막상 서비스화는 쉽지 않다. 집집마다 계단 경사도 다르고, 양육자들이 동영상을 찍는 각도도 달라 판단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는 것. 반면 뚜껑열기는 간단하지만 아이들의 손 동작 등을 보기에 아주 좋은 지표가 된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객관적인 판단 지표를 늘려가는 것이 루먼랩의 개발 방향이다.

임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뇌과학을 전공하고, 이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해 발달장애 치료 등의 현황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발달장애로 치료받는 아이들은 전체 영유아의 10%나 된다. 가볍게는 말이 늦는 언어지연부터 대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나, 흔히 ‘자폐’라 불리는 장애까지 발달장애에 포함된다.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완치되거나, 관리를 계속하며 평범한 일상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발달지연 진단을 받는 과정부터 난관의 연속이다. 대학병원에서 초진을 받으려면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가까이 걸린다. 진단 과정에만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수반된다. 진단을 받은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는 아동 비율은 더 낮다.

임 대표는 발달장애 뿐 아니라 영유아와 관련된 시장이 소비력에 비해 비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아이 엄마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부터 영유아 시각 발달에 좋다며 초점책, 모빌이 판매되기 시작한다. 아이가 첫 돌이 되면 도서 전집, 두 돌이 되면 스마트패드, 세 돌부터는 방문 선생님을 찾는다. 아이를 위한 소비 규모는 어마어마한데, 정말 어떻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인 데이터는 없는 게 현실이다.”

임 대표는 사업의 시작도 측정 가능한 데이터라 강조했다. “7세 이하 아동의 양육은 양육자의 주관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 간주돼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었다. 이런 걸 측정 가능해야 재현 가능하고, 재현 가능해야 사업이 가능한 규모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루먼랩도 발달 평가와 그 결과에 따른 솔루션을 과학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했다.”

루먼랩은 여러 대학병원들과 함께 영유아 발달장애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치료할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을 만드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아직 임상 단계지만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해 자폐 아동들의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스타트업계에는 돈도, 인재도 넘쳤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투자가 얼어붙기 시작한 시기에 루먼랩은 인비저닝 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다올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임 대표는 “저출산을 사업의 어려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영유가 시기가 생애주기의 큰 부분인 만큼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점이 돋보였던 것 같다”며 “국내에서 발달장애 모니터링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완료되면 글로벌 데이터도 수집할 것”이라 전했다.

임 대표는 단순히 발달장애 진단 솔루션을 벗어나 영유아 양육자라면 반드시 거치는 ‘슈퍼앱’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0세부터 7세까지 아이들은 적어도 13번 이상은 병원을 가게 된다. 이 단계는 대부분의 문제가 건강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됐다. 발달장애 진단이라는 좁은 범주를 벗어나 헬스케어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0~7세 생애주기의 슈퍼앱이 되고자 합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