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빅3’ 신년사에 담긴 올 핵심 키워드
이건희 삼성회장 “新삼성으로 사업구조 혁신” 정몽구 현대차회장도 “미래 위해 변화하라” 구본무 LG회장 “선도상품으로 성과창출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 ‘빅 3’가 2일 신년사에서 ‘혁신’과 ‘창조’를 강조했다. 새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의 구태를 벗어난 새로운 도전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휴대폰과 가전 등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과 LG 간 묘한 신경전도 연출됐다. 삼성 이 회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독려했고, LG 구 회장은 “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시한 올해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1993년부터 20년간의 ‘신경영’이 ‘양’에서 ‘질’로의 대전환이라면, 앞으로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회장의 신년사는 “다시 한 번 바꾸자”로 시작됐다.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내자고도 했다. 그러면서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 혁신, 글로벌 경영 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하자”며 ‘3대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혁신의 또 다른 이름인 ‘창조’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으니 남보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자”면서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ㆍ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혁신을 통한 성장을 올 화두로 제시했다. 핵심 제품의 품질경쟁력과 브랜드파워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온 만큼 이제는 본격적으로 미래를 위한 혁신에 전 그룹사가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사업구조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더욱 체계화하고, 보다 혁신적인 제품과 선행 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부분은 최근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기술의 융ㆍ복합에 따른 산업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위기ㆍ도전ㆍ시련 등의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그동안의 성장 과정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는, 뜻 깊은 한 해로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위기 상황 강조를 위한 ‘채찍’보다는 지난 성과에 대한 치하라는 ‘당근’으로 임직원들의 위기 극복 의지를 북돋은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LG 회장은 유난히 ‘위기’를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금은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면서 “주력 사업에서는 선도 상품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신사업은 일등을 목표로 육성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우리는 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는데, 후발 주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모든 경영활동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선도’의 기준점으로 ‘고객’을 제시했다. 그는 “항상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하고 끝까지 집요하게 실행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팔리지 않는 상품을 만들거나 효과가 없는 마케팅에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지 말고, 스스로 고객이 돼 주저 없이 의견을 내고 최고의 가치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하라”고 당부했다. 또 “결정한 일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책임감으로 끝까지 집요하게 실행해 달라”며 조직문화 혁신을 주문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홍길용ㆍ김대연ㆍ신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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