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원가·수요·설비 ‘3중고’
조선업계,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에 사활
원자재 가격 변동에 직격탄을 받는 국내 대표 업종 석유화학·조선 기업들이 위기 탈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가율 상승에 대한 실적 방어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하는 동시에 원료 다변화 및 친환경 사업 진출로 출구전략을 모색 중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가상승 ▷수요부진 ▷설비증설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NCC(나프타크래킹센터)의 원재료인 나프타는 t당 1100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급등, 석유화학 업종 전반적인 원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여기에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연간 수요량의 50% 이상을 기여하는 중국이 락다운(봉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6월 중국 상하이 봉쇄가 해제됐지만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이 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 인플레에 따른 구매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완제품 생산업체에서 제품 재고를 줄이고 있고 석화제품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가 변동성을 줄이고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화학원료의 탈(脫)석유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2차전지 소재, 태양광, 플라스틱 재활용 등 신산업 부문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산업의 석유제품 소비 중 60% 이상을 화학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글로벌 석유화학업체 사솔케미칼과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을 위한 해외 공장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도 철광석 가격 상승의 풍파를 그대로 맞고 있다. 선박 제조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후판(선박에 쓰이는 6㎜ 이상 두꺼운 철판)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수주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실적 반영까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당장의 적자 축소를 위해서는 비용 줄이기가 최대 과제다.
최근 국내 조선사들은 철강업계와 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조선업계는 최근 후판 가격이 인상됐던 만큼 하반기 협상에서는 가격 동결에서 시작해 인하를 논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철강업계 관계자는 “가격 협상을 막 시작한 시점에서 동결을 논하기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후판 제조 원재료 가격을 반영해 t당 10만~12만원 인상하는 안으로 가격 협상이 마무리됐다.
후판 가격은 지난 1년 새 두배 가까이 뛰었다. 2020년 후판 가격은 t당 6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t당 110만원으로 인상됐다. 후판은 조선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하반기 협상 결과는 조선업계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주 산업 특성 상 신규 수주 계약 금액은 일부 선수금을 제외하고는 배를 실제 건조하는 기간에 매출로 잡히는 반면 후판 가격은 당장 올해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상반기 후판 가격 인상 영향으로 조선사들의 올해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사들은 원가 요인이 변동되면 변동분 만큼 충당금을 설정하는데 당장 후판 가격 인상분 만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상황에 놓인 탓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사들은 전세계 환경규제 강화 추세에 맞춰 이중연료 추진선이나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개발로 위기 돌파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경원·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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