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보복범죄 증가 추세
2018년 267건→2020년 293건
범죄피해자·법조인 등 가리지 않아
“분노·억울함이 한번에 표출돼”
불안한 법조계 “변론권 위축 우려”
“사무실 스스로 안전확보 노력해야”
“법치 불복, 억울함 풀 시스템 필요”
[헤럴드경제=김희량·김영철 기자·김광우 수습기자] 지난 9일 대구에서 패소 후 불만을 품은 한 남성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7명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 남성의 범행을 ‘화풀이 방화’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처럼 무고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보복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를 막을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복범죄 발생 건수는 증가 추세다. 연도별로 ▷2018년 267건 ▷2019년 292건 ▷2020년 293건 발생했다.
보복범죄는 범죄피해자 등 다양한 대상에게 발생한다. 지난해 신변보호를 받는 여성이 신고하자 그 가족을 살해하고 중상을 입힌 이석준(26·구속)도 보복살인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지난해 ‘마포 오피스텔 감금살인 사건’의 경우도 괴롭힘을 당하던 고교 동창이 상해죄로 고소하자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감금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보복살인 혐의 등을 받은 20대 남성 2명은 각각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조인을 향한 보복범죄도 꾸준히 발생한다. 2007년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가 패소 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 박홍우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쐈다. 2015년에는 전관예우로 피해를 봤다며 60대 건설업자가 특검 출신 박영수 변호사를 흉기로 습격했다. 2018년에는 대법원의 패소 판결에 불만을 품은 1인 시위자 70대 남모 씨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승용차가 화염병을 던지는 일도 발생했다.
대구 방화 사건으로 법조계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김민주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변호사들을 향한 범죄로 변론권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안전하게 변호사 일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법치주의 사회에서 자력구제 형식의 대응은 용납될 수 없다”며 “판사와 검사는 특정한 안전 시스템이 있는 건물에서 일하지만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변호사 사무실의 경우 범죄 예방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범죄가 발생한 배경에는 사회 정의에 대한 불신과 억울함이 결합돼 있는 것으로 봤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씨는 “이 범죄는 상대편 변호사나 시스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분노가 그 주변의 약한 사람들에게 표출된 사건”이라며 “용의자 스스로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분노의 감정이 이성적 판단보다 앞선 경우다. 억울함과 당장의 분노 감정이 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라며 “범죄와 폭력에도 한탕주의가 있다. 처벌과 결과에 대한 감정을 한 번에 화풀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5억3000여 만원의 투자금을 회복하기 어려웠던 점이 범행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피해액 규모가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훼손할 수도 있는 생명과 같은 돈이었을 수 있다”며 “비싼 수임료를 내고 재판에 나섰지만 패소해 분노로 방화했을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법적 해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인 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갈등 조정 방식이 제도적으로 보충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상훈 씨는 “피해의식은 어떤 시스템이 나를 불합리하게 불공정하게 대한다는 인식에서 발생한다”며 “용의자가 패소와 관련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도움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억울함을 사회가 방치하지 않을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교수는 “모든 사무실에 정부가 범죄 예방 시설을 설치해 줄 수는 없다. 의료인과 법조인 등 전문가에 대한 분노가 범행에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변호사들 스스로도 안전을 지킬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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