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당사자와 형평 문제에서 볼 때 왜 표적수사 결과가 아니라고 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십 확인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남긴 말이다. ‘불법의 평등’은 주장할 수 없다. 도둑이 잡히면 처벌을 받는 것이고 “세상에 도둑이 얼마나 많은데 나만 잡느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 의원의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은 ‘고작 서류 한 장’으로 평가할 수 없다. 최 의원이 허위 서류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건넨 시점은 2017년 10월이다. 그 때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최 의원은 이 서류를 건네며 정 교수에게 ‘합격하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8년 9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발탁된다. 이 인사가 대가성인지는 그들의 내심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다만 고위 공직자 비위를 적발하고 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업무와 맞지 않는 점은 분명하다.
1·2심 유죄 판결을 받고도 검찰권 남용을 주장하며 판결에 불복하는 최 의원의 논리는 조 전 장관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놓고 두 사람이 ‘검찰 쿠데타’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자신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인사 검증하여 놓고 ‘반역자’ 취급을 하는 것도 모순이고, 선출된 권력을 ‘쿠데타’로 명명하는 것 또한 기괴하다.
따지고 보면 ‘드루킹 사건’에서도 여론 조작 대가로 일본 대사와 오사카 총영사, 센다이 총영사직이 거론된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은 어떤가.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30년지기 송철호를 당선시키기 위해 당내 경선 경쟁자에게 출마 포기 대가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제안한다. 경찰에 다른 후보에 대한 수사첩보를 넘겨주며 수사하게 한다. 조 전 장관이 비위 사실을 알고도 감찰을 중단한 금융위 정책국장 유재수 사건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오히려 ‘우리편이니 살려야 한다’고 구명운동을 벌였다. 군사정권 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86세대는 정치권 주류가 됐다. 그동안 검찰 인사도 덩달아 망가졌다. 수사 잘하는 검사, 기획업무 잘하는 검사 대신 학창시절 시위 열심히 한 검사, 참여정부 때 청와대 근무 이력 있는 검사들이 요직에 발탁됐다. 수사를 할 줄 모르는 검사가 지휘하는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2019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법무부 장관 지명 즈음에 개인 소셜미디어에 회식 사진을 한 장 올렸다. ‘대선’ ‘진로’ ‘딱 좋은데이’ 소주병을 나란히 놓은 사진이었다. 법무부 장관 다음엔 대선 출마를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은 권력이 학창시절 독대와 맞서 싸운 대가라고 생각한다. 전리품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사유화하고 처분할 수 있다고 여긴다. 마땅히 정권은 자신들 내부에서 승계해야 하는데 외부 세력이 집권하는 건 정통성 없는 ‘역모’에 불과한 것이다. 아무도 자녀 진학에 관련된 문서를 위조하라고 시키지 않았고, 기업사냥에 돈을 대라고 한 적도 없다. 그래 놓고 이 모든 게 검찰의 역모 때문이라고 원망한다.
일론 머스크가 우주선을 쏘는 시대에 86세대 정치관은 조선시대 유물처럼 머물러 있다.
jyg9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