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호송대 통한 식량 운반, 여러 문제 초래”
러 도발 가능성도 배제 못해…위기 고조될 수도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유엔이 우크라이나 항구 재개장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흑해 연안 지역의 항구 봉쇄를 완화해 곡물을 수출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와 인근 항구를 지나는 상선을 호위하기 위해 해군 호송대를 구상해야 한다는 의견에 여러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해군의 주둔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철도와 도로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비축된 모든 식량을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터키가 호송대를 이끌어 곡물을 운반하거나,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을 보호하기 위해 작전을 펼친 것과 같은 방식을 흑해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호송대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식량을 수출하는 방식은 군사적, 법적, 정치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제임스 포고 전 나토군 사령관은 “러시아는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흑해 호송대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하게 된다면 갈등이 고조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흑해 기함 모스크바함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침몰했지만 여전히 순항 미사일로 무장한 선박과 잠수함을 갖춘 러시아의 해군은 막강하기 때문에 도발 위험도 존재한다.
특히 마이크 피터슨 미국 해전대학교 러시아 해양연구소장은 “오데사 인근에 러시아군의 ‘바스티온’ 순항 미사일이 배치돼 있어 더욱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오데사에 쌓여 있는 곡물을 빼내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는 도중에 러시아군이 오데사를 예고 없이 공격하면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호송대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토 해군의 주둔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작전 또한 터키가 지난 3월 발동한 ‘몽트뢰 협약’에 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몽트뢰 협약은 터키가 외국 군함의 흑해 진입을 제한한 조치다.
이코노미스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비료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 완화를 대가로 오데사항의 선박 출항을 제안한 것처럼 서방국이 러시아를 설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와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서방 외교관들은 우크라이나 항구를 재개장하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똑똑한 선택’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군의 군사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경제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고완은 “오히려 러시아가 오데사항 재개장에 찬성한 뒤 곡물 수출을 막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방해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서방국이 오데사항 봉쇄완화를 요구하는 발의안을 유엔에 제출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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