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우리은행에서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송치된 차장급 직원이 횡령액 절반 이상을 선물 옵션 상품에 투자했다가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 직원 전모 씨가 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해 318억원을 손실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횡령금 일부는 해외에 있는 가족 등에 송금됐고, 본인과 가족 명의의 부동산 매매 자금에도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범죄수익추적팀 5명을 투입해 수사하고 있으나, 횡령 시기가 오래됐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리고 직원 본인 진술이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횡령금 사용처를 끝까지 추적해 회수하겠다고 했다.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6일 우리은행 직원인 전씨와 그의 친동생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업무상횡령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우리은행에서 10년 넘게 재직한 전씨는 2012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5214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12년과 2015년엔 각각 173억원과 148억원을 수표로 빼냈고, 2018년에는 293억원을 이체 방식으로 빼돌린 뒤 해당 계좌를 아예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자금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맡겼다고 속이기 위해 은행 내·외부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 형제가 구속 송치된 날 전씨가 횡령금을 투자하는 데 도움을 준 공범 A씨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A씨가 전씨로부터 매달 수고비 명목으로 400만원에서 7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경찰은 “일부 금액이 A씨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도 있고, A씨가 일정 금액을 받아온 점 등을 보면 (횡령금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정황이 적다”며 “정확한 부분은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해 종합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조사된 정황만으로도 구속영장 신청이 가능했고 구속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3∼2009년 우리금융그룹 자회사에서 전산업무를 담당하면서 전씨와 알게 됐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본점에 파견 근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퇴사 이후에 주식 관련 전업투자자로 일한 A씨는 전씨의 투자금이 횡령한 돈인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까지는 우리은행 내 윗선이 연루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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