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5G장비 역대 두번째 규모 수주
디시 네트워크에 통신장비 공급
이부회장 창업자와 山行하며 협상
로봇·메타버스부터 AI까지
총수 네트워크 활용할 사업 수두룩
삼성전자가 미국 5G(세대) 장비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조단위 수주에 성공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총지휘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 발전 기회가 무궁무진한 통신장비와 함께 국가적 주력 산업인 반도체·AI(인공지능)·로봇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 등 총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더욱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제4 이동통신 업체이자 위성방송 사업자인 디시(DISH) 네트워크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지난 2020년 버라이즌과 맺은 공급 계약(5년간 7조9000억원)에 이어 미국에서 따낸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수주 규모는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급 계약 배경으로 이 부회장이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찰리 어건 회장을 직접 만나 오랜 시간 산행을 하며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았던 어건 회장은 당초 월요일에 이 부회장과 짧은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로 약속했으나, 하루 전인 일요일에 이 부회장이 등산이 취미인 어건 회장에게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일요일 오전 직접 차량을 운전해 어건 회장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가 그를 태우고 북한산까지 단둘이 이동했다. 당시 산행을 계기로 신뢰 관계가 쌓였고, 이번 수주로까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통신 사업을 확장해 왔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2020년 버라이즌과의 5G 장비 계약, 2021년 일본 NTT 도코모와의 통신장비 계약 당시에도 각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상을 진척시킨 바 있다.
특히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는 오랜 시간 친분을 쌓아왔고,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에서도 회동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가 주효했다. 2020년 말 백신 주사 잔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개발을 지원했고, 이를 계기로 화이자 백신 조기 도입 협상을 이끌어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코로나 백신을 구하지 못해 다급한 상황이었는데, 삼성이 화이자와 영상통화를 하던 중 일반 주사기로는 백신의 약 20%가 낭비돼 고민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사기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삼성과 화이자의 영상통화는 이재용 부회장의 인맥 덕분에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엔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 모더나 측과 직접 담판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들은 시스템 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모더나, 버라이즌 등의 경영진을 만나 바이오, 인공지능(AI), 5G 등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 분야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부회장 리더십이 필요한 미래 먹거리 분야는 산적해 있다. 앞서 ‘뉴 삼성’의 기치를 내건 삼성으로서는 총수의 과감한 결단과 투자가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테크 기술과 함께 ‘제 2의 반도체’로 육성할 바이오 또한 이 부회장 네트워크와 리더십이 필수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가 융합되는 시대에 글로벌 네트워킹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오너의 추진력이 중요하고, 이 점은 삼성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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