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배 만 15일…네티즌 ‘화력 지원’

이은해 추적하는 ‘사이버 수사대’ 명암

각종 제보 쏟아내지만…무분별한 비난·성희롱도

“시민들이 ‘자경단 자처’…부작용 우려”

‘가평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가평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은해 저주방’, ‘이은해 얼굴 합성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은해를 둘러싼 네티즌 수사가 아슬아슬 ‘선’을 타고 있다. 이은해를 추적·고발한다는 이유로 모인 일부 네티즌이 이씨를 조롱하거나 외모를 지적하며 사건과 관계없는 사안에 치중하고 있어서다. 최근 온라인에서 자경단을 자처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네티즌 스스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해에 대한 공개수배가 내려진 지 정확히 15일이 된 14일 이은해에 대한 각종 사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은해가 마스크를 쓴 모습을 직접 합성하거나, 과거 사진을 직접 제보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네티즌은 이은해의 증명사진에 화장·미소를 합성하며 각종 성희롱이나 욕설·비방을 쏟아내기도 했다. 실제 ‘이은해를 고발한다’는 한 채팅방에서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은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모든 걸 의심해야 한다”며 동명이인 등 무분별한 추측을 쏟아내는 네티즌도 등장했다.

‘가평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 [헤럴드경제DB]
‘가평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 [헤럴드경제DB]

가평 계곡 살인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네티즌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건 추적·제보는 이전부터 활발했다. 지난해 네티즌의 관심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한강 대학생 실종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져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으나, 경찰 수사 발표를 믿지 않은 채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사이버 레커’ 등으로 시민사회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네티즌의 제보를 받고 각종 사건·사고를 대신 해결해주는 ‘자경단’ 콘텐츠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횡단보도를 주행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고발하는 ‘딸배헌터’는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활동하는 유튜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해당 유튜브 채널은 생긴 지 6개월 만에 전체 동영상 조회수가 2000만건을 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동차 관련 사건·사고를 취재해 구독자 30만명을 모은 ‘카라큘라’의 콘텐츠는 네티즌의 제보를 받고 사건을 추적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이 외에도 법에 접촉되는 문제가 아닌 연인 간 ‘상도덕’ 문제, 인간관계를 해결하는 콘텐츠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일명 ‘네티즌 수사대’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자칫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이 공권력을 자처하는 현상을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사람들의 공분을 사는 사안이라 네티즌 입장에서는 ‘정의구현’이지만, 자칫하면 개인정보 침해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은해는 내연남인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 가평 용소계곡에서 당시 39세였던 남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이은해와 조현수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A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가 도주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