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주간 유럽국가에서 추방된 외교관 400명 이상

“러, 외교관 추방으로 정보 작전 수행 못 해”

일부 소통 창구 차단에 우려 표하기도…“외교에 지장”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와 함께 ‘부차 학살’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 [AFP]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와 함께 ‘부차 학살’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 [AF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유럽 국가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에 대응해 러시아 외교관을 400명 가까이 추방한 조치로 ‘스파이 네트워크’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관으로 위장한 러시아의 스파이들이 유럽국가의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추방당하면서 더 이상 정보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정부는 다른 국가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스파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외교관 추방으로 스파이 네트워크가 해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WP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주간 유럽에서는 400명의 외교관이 추방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외교관 추방을 논의해 온 유럽 국가들은 부차 학살 의혹이 불거지자 빠르게 추방 조치를 했다.

일각에서는 특히 과거에 러시아에 적대적이지 않았던 체코, 국제기구가 있는 오스트리아, 그리고 구소련 국가였던 발트해 연안 지역까지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것이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크 폴리메로풀로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 관계자는 “러시아와 유럽 간 정보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외교관을 추방한 일은 러시아에 상당한 충격 줬을 것”이라며 “유럽은 항상 러시아인의 ‘놀이터’였다. 그들은 과거에 선거에도 개입하고 암살 작전을 펼치며 활동해왔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체코의 한 외교관은 “체코에서는 이미 지난해 러시아 외교관의 스파이 활동이 포착됐다”며 자국 정치에 개입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외교관들은 러시아 외교관 추방으로 스파이 활동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왜곡된 가짜 정보를 유포할 정치인이 부재해진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러시아와 모든 소통 창구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와 유럽 간 외교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샘 차랍 랜드 코퍼레이션 선임 정치학자는 “러시아에서 나오는 정보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독립 언론은 폐쇄됐으며, 국영 매체를 온라인에서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서방의 ‘눈가 귀’가 돼주는 외교관의 추방으로 러시아가 더 고립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쟁이 가져오는 공포에 대응한 일이라는 건 이해한다”며 “그러나 외교를 해야 할 때가 올 때 외교관이 부재하면 외교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yoo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