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건축전 ‘황금사자상’ “건축가 조민석 개인 건축展 “12년 진행한 69개 프로젝트 “도면·드로잉 등 283점 공개 “나를 위한 전시”관객은 불편

“나를 위해서 전시했다.”

어느 독재자의 말이 아니다. 건축가 조민석(건축사무실 매스스터디 대표ㆍ48ㆍ사진)이 개인전 프레스 오픈에서 한 말이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뉴욕 컬럼비아대학 건축대학원을 졸업,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의 건축사무소 OMA에서 근무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젊은 건축가다.

조민석이 지난 12년 진행했던 69개 프로젝트의 도면, 모형, 드로잉 등 283점을 공개하는 건축전이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후’라는 타이틀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지난 20일 개막했다.

두달여에 걸쳐 계속될 이번 전시에서는 픽셀하우스(파주 헤이리), 부티끄 모나코(서울 서초동), 다음 스페이스닷원(제주) 등 그의 주요 작품들이 건축물 완성 이전(Before)과 이후(After)로 나뉘어져 각각 하얀 공간과 검은 공간에서 선보인다.

조민석은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00년 뉴욕건축연맹이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상’ 수상, 2008년 ‘국제 고층건물상 톱 5’ 선정, 2010년 국제박람회기구(B.I.E.) 건축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로 참여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국ㆍ내외 건축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건축가로 급부상했다.

안소영 플라토 부관장과 함께 이번 전시 공동 큐레이팅을 맡은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건축가 조민석과 그의 작품에 대해 “주택이나 학교가 아닌 오피스텔 부티크 모나코와 같은 상업 건물을 통해 고밀도 도시 서울에서 건축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가다. 이는 젊은 건축가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작업과는 다른 새로운 작업이다”라고 평가했다.

소위 ‘잘 나가는’ 건축가답게 전시장을 가득 채운 그의 작품 사진들이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전시장을 둘러본 관람객들 사이에서는“아! 이 건물도 조민석이 한거야”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다.

조민석은 “건물 하나하나가 퍼포머(Performer)가 돼 전시장에 배치됐다. 사멸한 건물도 있고 우리 의도대로 잘 쓰이고 있거나 혹은 우리의 의도보다 더 잘 쓰이고 있는 건물도 있다. 이번 전시는 그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시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너무 많은 작업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다보니 전시장은 비주얼이 ‘과잉’됐다.

먼저 애프터룸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사진들이 그렇다. 제대로 된 설명 한 줄이 없다. 특히 2009년 다발매트릭스라는 주제로 선보였던 L자 기단형 타워 ‘에스트레뉴’를 여러 작가들이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벽면은 전시 관계자의 설명을 듣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전시장 한 관계자는 “조금 산만한 측면이 있지만 이 정도(사진)도 정말 많이 추려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각 작품마다 암호처럼 붙여진 프로젝트 코드 역시 불친절하다. 두자리 숫자(프로젝트 시작 연도) 뒤에 영어 알파벳(해당 연도 내 프로젝트 순서)을 붙여 작품들을 구별한 이 프로젝트 코드가 오히려 관람객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무엇보다도 건축가 개인의 건축사무소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전시를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미술관에서 해야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안소영 부관장은 “그동안의 건축전이 전문가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전시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건축전은 작품 하나하나를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지만 전시장은 전혀 친근하지 않다. 불친절한 설명은 물론, 건축 모형과 건축물 사진으로 채워진 이번 건축전에서 여타 건축 전시와의 차별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관람객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젊은 건축가가 지난 십여년간의 업적을 늘어놓고 자화자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나를 위한 전시”라는 건축가의 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