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공약으로 미리 보는 시장변화
5년간 250만호 이상 주택공급 약속
압도적 공급확대로 집값안정화 도모
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 규제 완화
생애최초 주택구입 LTV상한 80%제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부동산 정책 기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의 원인을 과도한 수요 억제와 규제 남발 등에서 찾고 있는 만큼,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간 재건축·재개발과 세제, 대출 등에서 겹겹이 쌓인 부동산 관련 규제가 수술대에 오르고, 임대차3법과 청약제도 등도 재정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5년 간 주택 공급 250만호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면제=윤 당선인은 수요 억제보다는 압도적인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임기 5년간 수도권 130만~150만호 등을 포함해 총 250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그의 대표 공약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개발(142만호), 재건축·재개발(47만호), 도심·역세권 복합개발(20만호),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18만호), 소규모 정비사업(10만호), 매입약정 민간개발 등 기타 방법(13만호) 등으로 공급물량을 확보한다.
이 가운데 공공 주도 공급물량에는 ‘청년원가주택’(30만호)과 ‘역세권 첫 집’(20만호)이 포함된다. 원가주택은 시세보다 싼 원가로 주택을 분양한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해 시세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한 주택이며, 역세권 첫 집은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무주택 가구를 위해 마련한 공공분양주택을 말한다.
공급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간이 참여하는 도심 재개발·재건축, 리모델링 등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전면 재조정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면제, 안전진단 평가 기준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합리화 방안 등이 담겼다.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약제도도 손질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 수도권 공공택지와 투기과열지구에서 100% 가점제로 공급되는 60~85㎡(이하 전용면적)는 가점제 70%, 추첨제 30%로 개선한다. 1~2인가구 거주에 적합한 소형주택(60㎡ 이하) 기준을 신설해 가점제로 40%, 추첨제로 60%를 배정하고, 85㎡ 이상은 기존의 추첨제 50%, 가점제 50%를 각각 80%, 20%로 조정한다.
▶세부담 대폭 완화…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 간 한시 면제=부동산 세제는 시장 관리 목적보다는 조세 원리에 맞는 방향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단기적으로 세 부담 완화에 나서고, 장기적으로는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해 ‘이중과세’ 논란을 해소한다. 세 부과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을 통해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다만, 종부세를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배분받고 있는 재정 여건이 낮은 지자체들의 반대와 국회 관련 법 개정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현 정부의 상징적인 규제 정책으로 꼽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은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한다는 계획이다. 취득세의 경우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거나 1% 단일 세율을 적용하며, 조정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한 누진 과세를 완화한다.
▶논란의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은 ‘전면 재검토’ 대상으로 거론됐다. 당초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전셋값 급등과 전세매물 감소 등 부작용이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법 개정에 나서거나 보완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 정부가 폐기한 등록임대사업자 지원 제도 역시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입임대용 소형 아파트(60㎡ 이하) 신규 등록을 허용하고 종부세 합산과세 배제, 양도세 중과세 배제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현실적으로 대출 없이 내 집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규제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신혼부부·청년 등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LTV 상한 80%를 제시했다. 다만 오는 7월부터 1억원 이상 대출자는 대출원리금이 연소득의 40%(2금융권은 평균 50%)로 제한되므로 LTV가 완화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차주는 대출을 통한 도심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