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론채택 제도들… 꼼꼼히 따져보면 파격 개혁
핵심은 정당의 국민 비례성 제고… 3정당의 진입 ‘문턱도 낮춰’
협치 가능토록 하고 제왕적 대통령제 힘빼기… 중장기 ‘개헌’도
다만 선거 10일 앞두고 급조는 한계… 與 “선거는 변화의 시기”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당제 정치개혁’을 지렛대로 심상정·안철수 후보와의 ‘통합정치’ 실험에 착수했다. 거대 양당 선택지 외에 다당제가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대거 당론으로 채택하면서다. 개헌안에 대해서는 집권 후 1년 내에 실천에 옮기자고도 제안했다. 이 후보는 당론 채택 직후인 2월 28일 거리유세에서 ‘심상정과 안철수도 함께하자’고 누차 공언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정치교체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보탰다. 관건은 대선을 꼭 10일 앞둔 시점에 나온 제안이란 점이다. 제안을 받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역시 ‘진정성’에 아직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다만 거대 여당의 대선 후보인 이 후보가 제안한 정치실험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한국의 정치 체제로 확정될 경우 민주주의 비례성 제고, 5년단임 대통령 한계 극복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8일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남부수도권 시대, 대구 경북의 재도약, 이재명은 합니다!' 대구 유세에서 두루마기를 선물 받고 있다. [연합]
▶이재명 “안철수의 꿈·심상정의 소망”=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경북 경주 황리단길 유세에서 ““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이자 심상정의 소망”이라며 “이제는 드디어 민주당의 당론이 되었다”며 “통합의 정치를 위해서는 양당이 모든걸 가져가는게 아닌 제 3의 선택이 가능해지는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이것이 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이자 심상정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어제 드디어 정치개혁이 민주당의 당론으로 정해졌다. 국민을 통합시켜 우리나라가 증오와 분열이 아닌 화합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발언의 기초는 지난달 27일 심야에 민주당이 의총을 열고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위성정당 금지 ▷지방선거에서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야정 정책협력위가 국정기본계획 수립 ▷초당적 국가안보회의 구성 등을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안건들은 그동안 오랜 기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대부분 거대 양당 체제 하에서 이뤄지지 않고 미뤄져 왔던 것들이다.
큰 틀에서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두 정당이 사실상 독식해오던 정치 장벽을 허물어 이들 중 일부를 3당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다.
▶혁신 방안= 예컨대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 선거구제 도입의 경우 현재 제도는 기초의원 2인~4인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인이냐 4이니냐는 각 기초의회가 정하게 되는데 그동안은 대부분 ‘2인’으로 정해져왔다. 이는 1번 정당(민주당)과 2번 정당(국민의힘) 소속 기초의원들만 당선될 확률을 높이는 조항으로, 정의당은 ‘제도 개편 없이도 실행만 하는 되는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2인~4인’으로 규정된 조항을 아예 선거법을 개정해 ‘3인~5인’으로 바꿔 제3 정당의 기초의원 당선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은 사표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대선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첫번째 투표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투표를 한 번 더 실시해 최종 2명중 1명을 선택케 하는 제도다. 이럴 경우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과반 국민의사를 반영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대표성 부족’이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소수 정당 대선 후보라도 최종 2인에 들어갈 경우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다만 대선을 두번 치를 경우 이에 따를 사회·경제적 비용 등은 추가로 치러야 할 비용이다.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는 총리를 국회가 추천하는 방안이다. 현재 대통령제 하에선 총리를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이를 추인하는 방식으로 총리 임명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총리가 가진 장관 임명 제청권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비판들이 많았다. 대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할 경우 대통령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이 때문에 법에서 정한 총리의 권한을 법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 있다. 다만 국회가 총리를 추천할 경우 정치 편향 시비가 불가피한데, 총리 인선 과정에서 여야간 극심한 갈등이 빚어질 개연성도 열려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석을 배분할 때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배분하자는 것이 골자다. 현재 300석의 의석이라면 최종 지향을 10%의 정당득표를 한 정당의 국회의원 수는 30명, 50%를 거둔 경우엔 150석을 갖자는 것이 애초 취지다. 그러나 21대 대선에선 두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들을 만들면서 소수정당들의 국회의석들을 사실상 ‘탈취’ 한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드는 것 역시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 당론대로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22대 국회에선 정당득표율에 따른 국회의석수 배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관건은 국회의석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아직 국회의원 선거가 2년 넘게 남았으나 국회의석수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역구가 사라지는 상황에 처할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회의석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국민 반감은 큰 상황이다. 정의당도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석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300석은 바뀌지 않았고 위성정당 난립으로 6석의 꼬마정당으로 쪼그라 들었다.
▶시큰중한 안철수-심상정= 한편 안 후보는 민주당이 다당제 선거제 개혁, 개헌, 총리추천제 등 ‘정치 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에 대해선 “선거 열흘 정도 전에 그렇게 급하게 통과시켰다는 것의 진정성에 대해 제가 판단할 수 없다”며 “선거가 끝난 다음, 승패와 관계없이 다수 정당으로서 그것을 제대로 실행해 옮기기를 바란다. 그럴 때 온 국민이 그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대선을 코앞에 둔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당론 채택에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반응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큰 틀에서 당론으로 뜻을 모았다고 결의문을 발표했지만 개별 정치개혁 법안 별 당론 채택 여부는 모호하다”며 “대선 이후에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식이라면 결국 국민들은 선거용 정치개혁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민주당 정권 바꾸는게 정치개혁’= 국민의힘 등 야권은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선 열흘 남기고 무슨 정치개혁이냐. 민주당 정권교체가 정치개혁이다”며 “무도한 민주당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이다. 이들을 쫓아내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5년 동안 집권하면서 아무 것도 안 하다가, 온갖 다수당 횡포를 다 해 오다가 대선을 열흘 남기고 무슨 놈의 정치개혁이냐”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염치 없는 맹탕 의총이다. 늘 그랬듯 알맹이는 없고 구호만 넘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개혁안 처리를 위한 정개특위 소집같은 구체적 실천 방안은 없고 그저 말과 하품만 난무한 하나마나한 맹탕 의총”이라며 “대선이 임박한 이 시점에 왜 뜬금없이 정치개혁안을 들고 나온 것인지 속셈이 너무 뻔해 한심할 지경이다. 국민을 위한다 핑계대지만 정작 국민보다는 안철수, 심상정, 김동연 후보에 환심을 사기 위한 맞춤형 꼼수”라고 맹비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