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서울에서 자취 중인 직장인 A씨(29) 집에는 TV가 없다. 가끔 챙겨보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있을 때는 웨이브 실시간 채널을 이용했다. 유료 가입자가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 A씨는 “이번에 베이징 올림픽, 대선 토론회도 웨이브로 봤는데 다음 달부터는 유료라고 한다”면서 “TV를 사든지, OTT를 구독하든지 뭐가 됐든 돈만 더 나가게 생겼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들의 유료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지상파3사, 종합편성 채널 등 국내 방송사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채널을 유료화한다. 토종 OTT는 일반 시청자들이 익숙한 방송 프로그램으로 이용자를 끌어왔다. 넷플릭스에는 불가능한 ‘본방사수’가 무기였던셈. 하지만 최근 들어 유료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수익성 개선 등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유료화를 두고 ‘수금 본색’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조만간 넷플릭스처럼 요금을 확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웨이브 라이브 및 VOD 채널 3월 11일 개편 내용.
웨이브 라이브 및 VOD 채널 3월 11일 개편 내용.

24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는 다음달 11일부터 무료 가입자 대상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개편한다. 무료였던 지상파 3사와 EBS 등 실시간 채널 서비스를 중단한다. 티빙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4월 실시간 TV 채널을 유료화했다. 기존에는 로그인만 하면 종편 채널과 뉴스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베이직 요금이나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요금 이상을 결제해야 한다.

웨이브는 혜택 축소가 아닌 ‘개편’이라는 입장이다. 실시간 TV 채널 대신 오리지널 로맨스, 오리지널 청춘 등 14개 정주행 채널을 신규로 공개하기 때문. 해당 채널을 통해 웨이브 오리지널과 독점 콘텐츠가 대거 추가된다. 실시간 방송 서비스 트래픽 급증으로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2022년 공개 예정인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웨이브]
2022년 공개 예정인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웨이브]

하지만 이용자들은 사실상 ‘유료화’라며 반발한다. 넷플릭스와 구별되는 토종 OTT만의 특징이 사라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방송 채널과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를 모아놓고, 토종 OTT 이용자가 안정되자 황급히 ‘수금’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가격 인상 우려도 커졌다. 티빙은 네이버 멤버십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으로 이용 가능한 콘텐츠에서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외하며 혜택을 축소했다. 쿠팡은 지난해 말 쿠팡플레이 이용이 포함된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을 2900원에서 4900원으로 올렸다.

OTT 업계는 유료 모델 확대와 향후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물론 토종 OTT간 경쟁이 심화되고, OTT 경쟁력의 중심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 넷플릭스가 올해에만 1조원을 한국 콘텐츠 확보에 투자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실탄’이 필요하다는 해명이다. 적자를 감수하며 넷플릭스와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토종 OTT로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유료화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