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따라라라 라라~ 라 라라~”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가 울려 퍼지면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농촌드라마 ‘전원일기’(MBC). 1980년부터 무려 23년간 방영된 최장수 드라마인 ‘전원일기’가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1990년에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KBS1)가 등장, 바야흐로 두 드라마가 양대 산맥을 이루며 90년대 농촌드라마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90년대만 해도 시골 총각의 대명사는 ‘전원일기’의 응삼이와 일용이였다. 9대 1 가르마를 한 ‘깻잎머리’에 촌스러운 옷을 입은 응삼이. 사람 좋고 인정은 많지만 도심의 여성에게는 인기가 없다는 게 오점인 그는 전형적인 ‘시골 노총각’이다. 결혼을 재촉하는 홀어머니의 잔소리에 고개를 떨구는 응삼이의 모습과 구수한 사투리를 내뱉으며 막걸리를 한 손에 쥔 일용이의 표정에는 애잔함이 묻어난다. 그때만 해도 농촌 총각은 순수하다 못해 때때로 측은한 존재였다.
그런데 최근 TV드라마에서 새로운 콘텐츠로 떠오르는 ‘농촌 총각’은 과거 응삼이와는 180도 다르다. 이들은 PC태블릿을 장착하고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마치 태평양을 연상케 하는 크고 넓은 어깨와 가슴, 딱 달라붙는 셔츠를 입고 트랜디한 느낌을 한껏 풍긴다. 농촌드라마도 대가족을 중심으로 한 소재에서 벗어났다. 예능부터 가상 다큐, 주말드라마까지 창구도 늘었다.
SBS 주말드라마 ‘모던 파머’는 로커 4명이 음반 제작비를 벌기 위해 잠시 귀농해 배추 농사를 짓는 이야기다. 안방을 찾은 ‘주말드라마’에서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도시화 된 우리나라에서 농촌이라는 소재가 화제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드라마에선 여자 이장이 등장해 ‘농므파탈’(농촌+팜므파탈의 합성어)의 매력을 뿜어낸다. 차가운 도시 여성의 면모를 보일 것만 같은 그녀는 이따금씩 억척스럽고 망가지는 연기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6%에 불과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예능프로그램도 있다. 나영석 PD가 기획한 ‘삼시세끼’(tvN)다. ‘귀공자’ 이미지를 풍기는 초보 농부 이서진과 ‘짐승돌’ 별명이 익숙한 2PM의 옥택연이 강원도 산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사는 야외 버라이어티다. 2020년 돌연 한국에서 농부가 사라졌다는 가상의 소재를 다루는 가상 다큐 ‘농부가 사라졌다’(tvN)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