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역 간 격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도권 거주인구가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지역내총생산(GRDP) 또한 수도권이 과반인 52.5%였다.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본사는 86개, 벤처기업은 100개 중 60개가 수도권에 있다.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혁신역량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실현하는 가장 큰 동력은 바로 과학기술일 것이다. 해마다 세계경쟁력연감을 발간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은 일찍이 한 국가의 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경쟁력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경쟁력은 그 지역이 보유한 과학기술 수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지역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국가 균형성장을 이루고자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2000년부터 수립해 추진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을 기점으로 17개의 모든 지방정부가 연구·개발(R&D) 전담기관에 대한 법적기반을 마련했고, 지역 기업의 R&D인력 규모도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2015년 7만5000여명에서 2019년 10만8000여명으로 증가하는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지방과학기술진흥협의회에서 2021년 1월 중간 점검한 내용에 따르면 17개 지방정부의 총예산에서 과학기술 관련 비중이 평균적으로 1%를 밑돌았다. 또 산업연구원에 의하면 혁신성장역량도 17개 지방정부 중 5개만이 고혁신·고미래산업 유형이고, 8개는 혁신기반과 산업 모두 뒤처지는 매우 낮은 유형이어서 지역 주도 활성화와 편중 해소를 위해서는 할 일이 많아 보인다. 또한 KISTEP에서 발표한 ‘2020년 지역 R&D 실태조사’ 내용에 따르면, 지역 혁신을 추진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1순위가 예산 불충분이고 2순위가 이해관계자 간 공감대 부족, 3순위가 조직과 인재 부족으로 지역별 요구 수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것이 혁신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지역 정책 입안자의 인식과 역량을 높이는 일이다. 정책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는 현장과 맞닿은 일선 관료의 지식과 전문성 등 문제해결 능력이 매우 주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오랜 연구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은 제5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에 명시된 지방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지원하고자 올해 각 지방정부와 협력해 과기정책 입안자를 대상으로 지역별 주력산업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지역 혁신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자 한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은 ‘실리콘 힐(Silicon Hill)’로 불리는 북미 1위 반도체산업 클러스터로, 삼성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도 한 곳이다. 이곳은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목축과 목화 재배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전형적인 1차 산업도시였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에 호응해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텍사스주립대학 등 산·학·연·관 주체가 밀접하게 협력하는 ‘테크노폴리스 휠’ 모델을 운용해 4대 혁신지역으로 성장했다. 이것은 주정부와 오스틴시 정책 입안자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역경제가 국가경제의 뿌리라면 과학기술은 뿌리를 건강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지역 과학기술이 성장하려면 관련 정책 입안자의 의식과 능력이 앞서 있어야 한다. 2022년 임인년, 모든 지역 과학기술 정책 입안자들이 힘차게 포효하는 호랑이의 기상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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