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주인 몰래 팔아치운 서울 2.5배 규모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 알고 보니 아랍에미리트(UAE) 왕족 사냥터로….’

탄자니아 정부가 UAE 왕족들을 위한 사냥터를 만든다며 4만 명의 마사이족 유목민들에 대한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다.

정부가 10억실링(약 6억4000만원)의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했지만 대대로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마사이족에겐 날벼락인 셈이다.

1500㎢(서울 면적의 2.5배)에 이르는 광활한 세렝게티 초원을 강제로 빼앗길 위기에 처한 마사이족의 숙명이 과거 19세기 미국의 인디언 강제이주 상황과도 비슷하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탄자니아 정부는 세렝게티 국립공원 경계에 있는 1500㎢ ‘야생동물 통로’(wildlife corridor)를 UAE의 상업 사파리 및 사냥 회사인 오르텔로 비즈니스 코퍼레이션(OBC)에 개방한다는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OBC는 UAE의 왕족과 친분이 가까운 한 정부 관료가 설립한 고급 사파리 회사로, 탄자니아 아루샤주 롤리온도에서 20년 간 영업중이다. 영국의 앤드류 왕자도 고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회단체의 운동으로 번복됐다가 다시 슬그머니 부활했다. 계약을 위해 정부는 마사이족에게 올 연말까지 이 지역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마사이족 대표단은 18일 미젠고 핀다 총리를 만나 항의할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마사이족은 땅을 팔아치우는 것은 자신들의 유산을 강탈하는 것이며 8만 명의 주민들에게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곳은 마사이 유목민들이 가축을 방목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정부가 조건으로 내걸은 10억실링의 보상금 역시 마사이족에게 직접 지불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이족은 이같은 조건도 거부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은고네트의 샘웰 난지리아는 “배반당한 기분”이라며 “10억실링은 매우 적은, 이 땅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이다. 대대로 그들의 어머니 할머니들이 이 땅에 잠들어있고 그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분개했다.

핀다 총리와 마사이족 대표단의 면담은 이들의 마지막 최후의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이들은 내년에 있을 총선에 단체로 선거권을 행사해 영향력을 과시하는 등의 다른 방법들을 강구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는 인터넷 웹사이트인 아바즈(Avaaz.org)를 통해 사냥 구역 반대를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렝게티 판매 반대 청원서는 170만 개가 넘는 서명을 이끌어냈고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갔다.

캠페인을 기획한 알렉스 윌크스는 “탄자니아 정부는 외국 왕족들이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게 마사이족을 쫓아내길 원하고 있다”며 “자카야 키크웨테 대통령은 마사이족이 이제껏 살아온 곳에 머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전 세계 200만 명이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마사이족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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