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ㆍ원승일 기자]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에도 1%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3년 연속 물가상승률 1%대 기록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내년에도 지속되면서 저물가ㆍ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와 경제예측기관에 따르면 최근 해외투자은행(IB)과 경제예측기관들 상당수가 한국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대로 예상했다.
해외 IB인 BNP파리바는 최근 한국의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1.9%에서 1.3%로 대폭 낮췄다. 씨티그룹도 농산품 가격과 유가 약세를 이유로 들어 내년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증권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1.5%, 1.9%로 전망했다.
201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연간 기준)은 1.3%로 1999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1%대 저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로, 2012년 11월 이후 24개월째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내년까지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3년 연속 1%대 저물가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목표한 내년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6%대 진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4.0%와 물가상승률 2.0% 달성을 목표로 내년도 예산안와 ‘중기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수립했으나 현재 추세로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어느 하나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4.2%에서 3.8%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3.8% 전망치를 낮추는 걸 검토 중이다.
문제는 내년 경상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내년 세수 목표치 달성도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상성장률 예측치를 토대로 세수 목표를 수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조5000억원 ‘세수펑크’에 이어 올해 10조원 안팎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세수 부족에 허덕이면 국가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저성장ㆍ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일본식 디플레이션’ 논란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며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 역시 수요 침체와 생산ㆍ고용 위축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비와 투자를 뒤로 미루게 된다. 기업은 제품이 팔리지 않아 상품 가격을 내리게 되고, 소비자는 가격이 또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구매 계획을 미뤄 경기는 더욱 위축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착화된 저물가가 저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내수 경기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년에도 임금 상승률 둔화,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세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의 안정적인 관리와 함께 내수 살리기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