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정말 죽을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제일 힘든 건 아는 것도, 희망도,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캐식의 편지)
피터 캐식, 부모님이 지은 그의 이름은 무슬림으로 개종하면서 압둘 라흐만 캐식으로 바뀌었다. 생존을 위한 절박한 행동이었겠지만, 결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참수 사실을 확인하며 미국인으로는 3번째 희생자가 됐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캐식이 가족과 지인에게 보낸 편지 4통을 공개했다. 그가 올해 초 납치 이후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에선 가족에 대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붙잡혀 있다”며 “스트레스와 공포가 대단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겨내겠다. 난 혼자가 아니다. 친구도 있고 웃고 체스도 하고 집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부모님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마지막엔 죽음에 대한 공포를 표출하기도 했으며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 매우 슬프고 집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헤쳐나가려는 것을 생각하니 슬프다”고 썼다.
캐식은 처음 레바논에서 의료지원봉사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2012년 3월 베이루트에서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여기 와서 나의 소명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나는 그동안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다“며 반성했다.
또한 “많이 알지는 못하고 매일 나는 여기서 많은 질문들을 하고 해답은 덜 얻어내고 있지만 여기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봉사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같은 달 자신의 교수님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결코 영웅은 되지 못하겠지만 밝은 희망은 없을지라도 고난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고 생존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캐식은 두 달 뒤인 5월 친구에게 이메일에선 “벌집이 난 벽 위에 꽃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라며 시리아 난민지원 봉사활동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지만 그들이 오면 나 역시 거기에 있을 것”이라며 난민지원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한편 그의 부모는 성명을 내고 아들의 죽음이 비통하지만 캐식이 시리아 난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일하다가 희생됐다며 그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아울러 캐식이 IS가 의도한 대로 살해된 사실보다 그가 생전에 한 구호활동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영상 속 캐식의 모습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