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해 러시아와 합병된 크림반도가 그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림반도는 러시아와는 국경이 인접해있지 않아 사실상 섬처럼 떨어져 있고 주민들은 식료품, 에너지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대부분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다를 통해서만 물자를 반입받고 있는 크림 주민들의 에너지ㆍ식료품 부족 실태를 보도하며 육로를 잇기 위한 분리주의 운동이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다시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군 병력과 무기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것이 나토군에 의해 관측된 바 있다.

▶240만 크림주민, 힘겨운 겨울나기=FT에 따르면 크림의 일부 지역은 석탄공급이 원활치않다. 페르모마이스키 지역 한 석탄 중개상은 “(석탄)부족이 심각하다”며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두 배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곳 주민들이 어떻게 겨울을 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크림반도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했다. 이곳 주민의 수는 240만 명에 이른다. 상수도 및 전기 공급의 80%를 우크라이나에서 받고 있고 식료품이나 소비재, 석유 및 석탄공급량도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

세르게이 에고로프 에너지 장관은 올 겨울 정부 및 공공분야에서 필요한 석탄의 양은 3만2000톤으로 1만7500톤을 저장중이고 5000톤이 추가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생활에 요구되는 석탄이 추가로 3만톤이 필요해 대규모 에너지난이 예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크림정부는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 지난 여름 러시아로부터 수백 대의 디젤 발전기를 수송해왔다.

발전기 가동을 위한 석탄 및 석유 공급이 최우선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경을 통해 크림으로 흘러들어가는 물자 반입을 점차 줄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도로와 철도로 연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터널이나 다리를 건설하는데 3년이 걸리고 비용 역시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화물선을 이용해 물자를 수송하고 있다. 하지만 케르치 해협의 얕은 수심 때문에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운행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지역 수송당국은 날씨가 나쁘면 3~5일 가량 운행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당국은 그 대안으로 케르치 해협을 포기하고 크림반도의 케르치항과 러시아 본토의 카프카스를 잇는 두 개 항로를 열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만약 이같은 노력들이 모두 실패한다면 육로를 개척하기 위해 분리주의자들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크림 출신의 우크라이나 정치 평론가인 타라스 베레조베츠는 FT에 “이같은 위기가 크림반도로 필수품을 공급하도록 러시아로 하여금 반도를 연결하는 다리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군사적 행동을 취하도록 더욱 유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이 ‘재진격’ 할 수 있는 4가지 이유=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침투에 대해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으나 나토와 군 전문가들은 지난 여름처럼 러시아군의 병력과 전투장비 등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우크라이나 동부 유혈사태가 휴전 두달여만에 재현될 수 있다며 러시아 개입의 정치적ㆍ실질적 이유 4가지를 들었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우크라이나 총선은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등이 불참해 반쪽짜리 선거가 됐다. 친서방 정당은 선거 승리를 선언했으나 실제로 친러세력으로부터는 10%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요에르그 포르브리그 저먼마셜펀드 프로그램 디렉터는 “우크라이나를 제 궤도에 두려는 러시아 정부의 면전에서 손뼉을 치게 만드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기반을 약화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친러 반군의 세력이 약했던 것도 실질적인 문제였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점거하고 있으나 주요 시설물인 도네츠크 공항은 정부군의 손에 있었다. 항구도시인 마리우폴도 함락시키지 못했다. 러시아는 군사적 실체를 통해 반군을 지원하고 지역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

지난 3월 합병한 크림지역도 러시아로선 고민거리다. 크림은 러시아와 육로로 연결돼있지 않은 까닭에 물자 수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상 섬이나 마찬가지다. 보급선 개척을 위해선 마리우폴 등도 추가로 손에 넣어야 한다. 모스크바 정치기술센터의 이고르 부닌은 “푸틴이 무력으로 통로를 뚫으려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또한 반군 움직임에 대해 푸틴이 영향력을 키우고자 하고 있어 러시아가 동부지역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