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에 “왜 불공정인가” 물었더니
남녀 33.5% 〉 빈부 32.5% 〉 이념 12.8%
경쟁 격화가 性대결 배경…정치권도 부추겨
하류층으로 추락 불안감이 ‘빈부 갈등’ 원인
나이가 어릴수록 ‘이념 갈등’보다는 ‘남녀 갈등’을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빈부 갈등’ 역시 젊은 세대에게는 큰 사회문제 중 하나였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 갈등 인식’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3.5%가 남녀 갈등을 선택했다. 빈부 갈등은 그다음인 32.5%였다. 이념 갈등은 12.8%에 불과했다.
설문결과가 보여주듯 20~30대 청년은 성별로 나뉘어 끝이 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언제 하류층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 불공정한 사회 안에서 격화되는 경쟁이 이런 갈등을 촉발시킨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남녀의 갈등은 이제 ‘혐오’ 단계까지 올라온 듯하다. 온라인에서는 일부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로 치부하기도 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 ‘여성인권’ 또는 ‘남성의 역차별’ 등 성평등과 관련한 건설적 논의는 뒤편으로 밀린 지 오래다. 이제는 혐오에 대한 혐오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모를 싸움을 이어오는 모양새다.
남녀 갈등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만 18~24세 45.2%가 우리 사회 가장 큰 사회문제로 남녀 갈등을 꼽았으며, 만 25~29세에서도 40.3%에 달했다. 만 30~34세는 30%, 만 35~39세는 16.2%로 급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녀 갈등은 보수 성향이 짙을수록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이념 성향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36.1%가 남녀 갈등을 심각하게 느낀다고 답했으며, 진보 성향은 31.5%로 소폭 낮았다. 지역적으로도 보수 성향이 뚜렷한 대구·경북 지역 거주 응답자의 40.8%가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진보 성향이 짙은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32.8%로 낮았다.
대학원생 옥혜신(24·여) 씨는 “언론에서 남녀 간 역할이나 특정 집단에서의 할당된 업무 수준 등에 대한 이슈를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청년들은 미디어에서 지속해서 이 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남녀 갈등에 관한 인식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군 가산점과 같은 젊은 세대에게 예민한 문제를 정치권이 도구화해 자신들의 세력 결집에 이용했다”며 “이런 혐오를 부추기는 행태가 남녀 갈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통계적으로는 빈부 격차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12년 0.38에서 2020년 0.33으로 떨어지며 빈부 격차가 소폭 줄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빈부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들이 느끼는 빈부 갈등은 태어날 때부터 갈린 ‘흙수저’와 ‘금수저’의 괴리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의미한다. 금수저로 불리는 기득권층 자녀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높은 자리를 쉽게 차지하는 것을 보고 절망감을 느낀 것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심각하게 빈부 갈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의 40.6%가 빈부 갈등이 우리 사회 가장 심각한 갈등 문제라고 꼽은 반면, 남성 응답자는 25.2%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20대에 비해 더 빈부 갈등을 느끼고 있었다. 만 30~34세에서는 39%가 빈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만 35~39세에서도 37.6%에 달했다. 반면, 만 18~24세에서는 26.1%, 만 25~29세에서는 28.9%였다.
또 실제 학력이 낮고 소득이 적은 계층은 오히려 빈부 갈등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았다. 대학교 재학생 이상 32.2%가 빈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으나 중졸 이하는 22.6%에 불과했다. 가구소득으로 보면 월소득 600만~800만원 미만은 32.7%가 빈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지만 200만원 미만에서는 24.4%였다.
전문가들은 “성장사다리가 끊긴 상황에서 청년층이 언제라도 하류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90년대에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했지만 현재는 객관적으로 중산층인데도 하류층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으로, 추락한다는 공포감이 빈부 갈등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하류층으로 빠질 수 있다고 느끼는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부동산 문제, 취업 문제 등 여러 상황이 청년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청년층에서 사회복지를 받지 못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며 “경제성장의 혜택을 청년들에게 나눠주면 그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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