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의 조건/이주희 지음/MID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권력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능력입니다. 주로 세 가지 방법을 쓰지요. 강압을 통해서, 대가를 지불해서, 또는 매력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하버드대 석좌교수 조지프 나이)

“일본은 관용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민 정책을 개방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있습니다. 만약 많은 컴퓨터 기술자와 상인, 은행가를 일본에 받아들인다고 합시다. 이것이 일본을 위한 현명한 일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아니라며 단일한 일본 민족, 일본 문화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민자를 원하지 않습니다. ”(예일대 교수 폴 케네디, 이상 ‘강자의 조건’ 중)

EBS에서 지난 3~4월 방영했던 ‘세계 문명사 대기획’ 시리즈의 6부작 다큐멘터리 ‘강대국의 비밀’편이 책으로 엮어 출간됐다. 프로그램 제작을 총지휘했던 EBS 이주희 PD가 취재와 방송 내용을 풍성하고 꼼꼼하게 정리한 ‘강자의 조건’이다. 고대 로마제국부터 20세기 미국에 이르기까지 2500년 세계사 속의 명멸해갔던 강대국의 면면을 살피고 그것을 꿰뚫는 강자의 필요조건을 이끌어냈다.

책의 논지는 명쾌하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면 도태되고, 개방과 다원주의, 관용만이 번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라는 부제는 ‘배제’와 ‘차별’에 기초한 강압적인 지배보다 ‘개방’과 ‘관용’에 바탕한 포용의 정책이 강대국의 필요조건이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과 맺는 말에서 순종이 전염병에 취약한 생물계의 예를 사회의 진화와 경쟁에 비유한다. 시리아 출신 아버지를 둔 스티브 잡스와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오바마, 헝가리 이민자출신의 조지 소로스가 공존하는 강대국 미국의 진정한 무기가 ‘다원성’이라고 주장한다. 최치원, 고선지, 흑치상지 등 신라, 고구려, 백제인들 뿐만 아니라 티벳, 거란, 돌궐 등 아시아 각지의 이민족의 인재들을 관료로 포용한 당나라의 예도 있다.

책은 모두 2500여년 세계사 속 강대국의 지위를 누렸거나 누리고 있는 5개의 사례를 골랐다. 로마제국과 몽골제국, 대영제국, 네덜란드, 그리고 미국이다.

뉴욕대 역사학과 교수 제인 버뱅크, 하버드대 석좌교수 조지프 나이,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 폴 케네디, 코네티컷대 생태학 교수 피터 터친 등 세계적인 석학들의 분석과 인터뷰도 이어진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겨뤄야 하는 한국의 갈 길을 시사할 뿐 아니라,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강자’로 살아가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기업, 개인에게도 귀기울일만한 탐색을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