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9%…5차 재정추계 결과 두자릿수 돌파 관심
獨 18.7%·日 17.8%·英 25.8%·美 13.0% 등 선진국 대비 낮아
2070년 노년부양비, 2020년의 4.6배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국민연금 5차 재정 추계 작업을 예정보다 앞당기면서 23년째 9%에 묶여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10% 벽'을 넘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1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연금제도개선 방안을 수립하고자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구성에 나서는 등 5차 재정계산 준비에 들어갔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연금재정 상태를 검진하는 재정계산은 2003년 제1차에 이어 2008년 2차, 2013년 3차, 2018년 4차가 이뤄졌다.
정부는 이런 장기 재정계산 결과를 토대로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보험료율과 연금지급률을 조정하는 등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제도개선 계획을 세운다.
현재 보험료율은 소득의 9%다. 국민연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해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랐지만 1998년부터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를 하지 못해 23년째 9%에 묶여 있다. 독일(18.7%), 일본(17.8%), 영국(25.8%), 미국(13.0%), 노르웨이(22.3%) 등 선진국보다 낮다.
보험료율을 올리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물거품이 됐다. 기금고갈 우려 등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국민의 거부감을 의식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방안을 찾지 않고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 제도를 현행대로(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유지해도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률 둔화로 2042년에 국민연금은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적립기금이 바닥나는 것으로 나왔다. 국민연금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후세대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기에 9%인 보험료율을 즉각 11%로 올리거나 10년간 단계적으로 13.5%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는 보험료율 9%에서 12~15%로 인상을 전제로 '더 내고 그대로 받는 방안'이거나 '더 내고 더 받는' 방안 등을 담은 '국민연금 종합계획안' 초안을 2018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간보고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정부 초안에 제시된 보험료율 인상 폭이 예상보다 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전면 재검토 지시를 하면서 보험료 인상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앞서 2013년 3차 재정계산 때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보험료율을 9%에서 단계적으로 13~14% 올리는 다수 안을 마련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최종적으로 백지화하고 추후 인상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2008년 2차 재정계산을 앞두고 2007년 두 번째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한창이던 참여정부 때도 애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대신 보험료율을 9%에서 2030년까지 15.9%로 단계적으로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 모두 부담을 느끼면서 결국 보험료율은 1997년부터 유지해온 대로 그대로 9%로 놔두고 소득대체율만 40%로 낮추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바닥나더라도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줘야 한다. 그러려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막대한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후세대에 엄청난 재정부담을 안기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어떻게든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연금 전문가와 연구기관들은 동의한다.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낼 가입자는 줄고, 연금을 받을 수급자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율을 올리는 거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심각하다. 지난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50년 뒤인 2070년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62세를 넘게 된다.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고령 인구 비중은 2070년 46.4%까지 치솟아 OECD 1위로 올라선다. 2070년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노년부양비)는 100.6명까지 늘어난다. 이는 2020년 노년부양비의 4.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하는 사람은 줄고 부양할 사람은 늘면서 연금재정은 그만큼 악화하고 고갈 시기도 더욱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내년 5차 재정계산을 거쳐 그 결과가 공개되는 2023년에는 보험료율이 두 자릿수를 처음으로 돌파해 인상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연금제도의 지속성을 높이려면 보험료를 올리는 사회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인상 시기를 놓치면 인상 폭이 더 커져 청년 세대의 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재정 지속성, 세대 간 형평성, 급여의 적절성 등을 고려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9%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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