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58’의 주인공
중년들의 문화 욕구와 갈증 해소
시니어들에게 연기·모델 가르쳐 기회 제공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1958년 개띠들을 중심으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1958’(감독 김문옥)이 잔잔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대박 영화는 아니지만 입소문을 타며 좋은 반응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58년생 개띠 국민학교 동창들이 40년이 흐른 뒤 다시 만나는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한다. 이 영화의 주연인 한국시니어스타협회 김선(59) 이사장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많은 공감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암울한 시대에 저항하며 새로운 문화의 전도사로, 또 산업발전의 주역으로 살다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지만, 아직도 남은 열정이 많다. 특히 문화예술 등 도전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호기심도 많다. 대학의 과(科)도 부모가 정해준대로 가는 등 자기 꿈을 펼쳐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이제라도 꿈을 펼쳐봐야 한다.”
지난달 시사회를 성대하게 연 영화 ‘1958’은 장기봉 감독(64)이 극본을 쓴 연극 ‘오팔주점’을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다. 연극 ‘오팔주점’에 출연했던 배우 김선은 영화 ‘1958’에서 주연을 맡았다.
장 감독은 “58년 개띠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한해 출산 100만명 돌파때 태어난 사람들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라는 표어가 나돌고,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세대다”면서 “이들은 이제 60세가 넘는 중년이 됐다. 연극에서 ‘우리가 이렇게 늙어 죽어서야 되겠는가’하는 대사에 눈시울을 적시더라. 당시 연극을 무대에 올렸을 때인 2018년은 58년생이 환갑을 맞이하는 해여서 그 또래들이 많이 보러왔다. 뮤지컬처럼 노래도 불렀는데, 관객들이 노래에 맞춰 춤도 추며 많은 호응을 보내줬다”고 회상했다.
김선 이사장과 장기봉 예술감독은 중년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와 갈증을 현장에서 읽어내고 올해 보건복지부 산하의 비영리법인인 사단법인 한국시니어스타협회를 만들었다.
“시니어스타협회의 주된 사업내용은 시니어들의 인생이모작 정책을 위한 예능 교육을 지원하고, 시니어스타의 사회 공헌 활동을 도와주며, 시니어스타의 일자리 취업 지원과 시니어들이 갈 방향을 잡아주는 토론과 세미나다.” (장기봉 예술감독)
김선 이사장은 “시니어 모델 하면 머리가 흰 사람, 주름이 많은 사람을 연상하는데,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나이에 비해 훨씬 젊게 보인다. 나는 젊고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 1세대다. 방송, 연극, 영화 출연을 하면서, 저 처럼 되고싶어하는 사람도 많음을 알게됐다”고 했다.
김선 이사장은 장기봉 예술감독과 함께 협회 아카데미로 오는 시니어들에게 연기와 모델 업무를 가르쳐 작은 역이라도 연극과 영화, 모델워킹의 기회를 제공한다. 김선 이사장의 실제 삶은 영화 ‘1958’의 주인공 김선의 실제 스토리와도 닮아 있다.
춘천여중고, 춘천교대를 졸업한 후 교직생활을 하며 아이도 셋을 낳았다. 35년째인 2016년 서울연촌초 교감으로 있을 때 과감하게 명퇴를 신청했다. 동료들은 “신의 직장을 왜 제발로 걸어나가느냐”고 했다. 하지만 한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하고싶은 꿈을 포기할 수 없었고 다양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누구 엄마, 누구 아내로 불리며 내 자리가 없는 듯 했다. 취미도 등산과 노래방 정도였고, 골프도 나와 안맞았다. 그래서 모델, 배우, 심지어 방송인까지 도전했다.”
김선 이사장은 명퇴 직전 청계천에서 시니어 모델로 데뷔했다. 피오나리화장품 광고도 촬영하고 막스마라 코트 화보, 의료기 인바디 CF도 촬영했다. 실버아이TV에서 방송 패널로, 또 개그맨 박세민과 함께 공동MC로 ‘오팔수다방’을 진행했다.
아시아모델대회, LA에서 열린 두 차례의 월드와이드스타서치(2018, 2019), 두바이 패션위크(2020) 등 해외 무대에도 섰다. 시니어스타협회 차원에서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한복패션쇼를 열고, 코로나19 환경인 지난해 5월에는 최초로 마스크 패션쇼도 열었다.
“생각보다 시니어 모델이 설만한 무대가 부족하다. 입문 하는 사람은 뭘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 시니어 모델 모집과 교육이 상업적으로 흐르고, 어떤 패션쇼는 왕관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대회도 있다. 웨딩홀에서 모델쇼 한번 하면 시니어모델이라고 한다. 동호회 수준의 시니어 모델들도 많다. 그래서 시니어스타협회에서는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려는 사람에게 차분한 학습장을 만들어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김선 이사장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많은데, 연극이나 영화보다는 모델 코스가 조금 더 빨리 진행돼 시니어 모델을 추천하고 있다”면서 “기능적인 연기와 모델워킹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있는 인문학적 토론도 활성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김선 이사장은 “저는 집에 있으면 아줌마이고 할머니다. 하지만 저 같은 평범한 사람도 예술에 도전하며 욕망을 추구할 수 있다”면서 “주위에 놀고 있는 친구들은 자주 아프다고 하더라. 워킹 하면서 무대에도 오르고, 자식도 엄마를 보람되게 생각하고, 그래서 저는 행복하다. 물론 노력해야 하고 대화나 관계에서 힘든 점도 있지만 해낼 때 행복하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차기작으로 중년의 지나칠뻔 했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이연’의 주연을 맡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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