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3부제 해제 첫날

‘위드 코로나’ 이후 저녁 풍경

1만3000대 공급에도 택시대란

16일 오후 11시께 서울 서초구 지하철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기사와 흥정을 하고 있다. 같은 날 11시50분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택시 승강장 부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지헌 기자
16일 오후 11시께 서울 서초구 지하철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기사와 흥정을 하고 있다. 같은 날 11시50분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택시 승강장 부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지헌 기자

“택시가 안 잡혀요. 택시 부르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도, 콜 전화를 돌려도 차가 안 오네요.”

지난 16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서초구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술 취해 주저앉은 친구를 대신해 택시를 잡고 있다는 20대 김모 씨는 기운이 다 빠진 듯한 말투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차도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위험천만한 모습을 연출하며, 보이는 택시들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었지만 빈 차가 보이지 않자 이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남들이 자신보다 앞선 위치에서 택시를 잡나 싶어 친구를 데리고 대로변 윗길 쪽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20분 넘게 택시가 잡히지 않자 포기한 듯 다시 술집이 있는 골목 쪽으로 친구와 걸어 들어갔다.

술자리가 막 파한 듯 골목에서 나온 20대 여성 5명은 잠시 카카오T 앱을 통해 택시를 기다려보지만 잘 잡히지 않는 듯 보였다. 일행 중 한 명이 “일단 집 방향으로 걷자. 가다 보면 택시 잡히겠지”라고 말하자 서로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앞서 서울시는 같은 날부터 ‘개인택시 3부제(이틀 운행 후 하루 쉬는 택시 운행 방식)’를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심야택시 공급확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까지 심야시간(오후 9시~다음날 오전 4시)에만 당일 휴무일인 택시가 운행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등록 개인택시 운전사 수(올해 8월 기준)는 4만9013명인데 3부제라는 것을 고려할 때 하루에 많게는 1만3000여대 차량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작으로 밤늦게까지 만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개인택시 3부제 해제에도 서울 주요 거점지를 중심으로 ‘택시대란’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같은 날 강남역은 오후 9시30분께 대로에 빈 택시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러다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도로가 점점 예약되거나 승객을 태운 차들로 넘쳐나더니 오후 11시부터는 아예 택시가 보이지 않는 모습이 연출됐다.

택시가 잡히지 않자 일부 시민은 비싼 택시(카카오T 블랙)도 마다하지 않고 부르며 짜증을 냈다. 40대 남성 2명과 여성 2명으로 섞인 한 모임에 있던 시민은 “택시 기다리겠다 날 새겠다”며 “얼마를 주든 얼른 집으로 갈 길을 택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택시가 뚝 끊긴 대로에서는 경기 지역을 오가는 택시들과 시민들이 흥정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연출됐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한다는 남성 3명이 기사에게 “혹시 낙성대 가요? 낙성대”라고 묻자 해당 기사는 “안양과 과천만 간다”며 승차를 거부했다. 경기 고양·화성을 간다고 하는 기사들은 3만~4만원대 택시비를 낼 승객들을 기다리며, 시민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따져 물었다.

콜센터에서도 배차 택시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정이 되자 서울 강남의 한 콜센터 관계자는 “배차되려면 20분 이상 기다려야 하고 실제로 차를 시민들이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콜센터 관계자는 “전날보다 차량 배차가 좀 더 늘어난 것은 맞다”며 “다만 (오후) 11시 이후부터는 찾는 사람에 비해 차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주요 번화가도 차가 안 잡히긴 마찬가지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강남구로 왔다는 한 택시기사는 “밤이 되니까 술에 취해 손 흔드는 손님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들이 승차를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부제를 풀어도 여전히 택시대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택시가 모자라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는 2019년 말 3만527명에서 올해 10월 2만955명으로, 30.4% 급감했다. 올 10월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적 모임 인원·영업시간 제한 탓에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도는 법인택시의 야간 근무자가 줄어든 것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3부제 해제에도 승차난이 있었다면 택시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최근 급격히 늘어난 영향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