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페스티벌 현장 ‘열광의 도가니’

외로움을 더는 못견디겠다는 몸부림

美청년층 5명 중1명 친구 없어

스마트폰·SNS로 공감·소통능력 상실

신자유주의가 많은 사람을 패자 몰아

공동선 재연결…돌봄·온정 다리 놓아야

“외로움이 우리 몸에서 일으키는 화학적 반응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공격받을 때의 반응인 맞서 싸우거나 달아나거나 반응과 동일하다. 외로움은 때로 건강에 굉장히 은밀하고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데 바로 이 스트레스 반응이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다. 이러한 영향은 여파가 매우 커서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험하다.”사진은 지난11월5일 휴스턴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콧 공연, AP연합
“외로움이 우리 몸에서 일으키는 화학적 반응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공격받을 때의 반응인 맞서 싸우거나 달아나거나 반응과 동일하다. 외로움은 때로 건강에 굉장히 은밀하고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데 바로 이 스트레스 반응이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다. 이러한 영향은 여파가 매우 커서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험하다.”사진은 지난11월5일 휴스턴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콧 공연, AP연합

지난 11월5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힙합 콘서트에 5만명이 운집, 흥분한 관객들이 무대 쪽으로 일시에 몰리며 8명이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로나로 막혔던 콘서트들이 하나 둘 재개하면서 해방감을 만끽하는 관객들의 도를 넘은 행동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열광의 도가니는 코로나 봉쇄에 따른 분출로 여겨지지만 영국의 유명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에 따르면, 이는 외로움을 더는 못견디겠다는 몸부림이다.

허츠는 최근 펴낸 ‘고립의 시대’(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이 같은 현상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우리의 일상이 비대면과 소셜미디어에 갇히면서 반작용으로 접촉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페스티벌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허츠는 우리 시대를 ‘외로운 세기’로 명명한다. 그에 따르면, 이 외로움은 2020년 1분기에 코로나로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외롭고 고립되고 원자화되는 기분을 누구나 느끼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허츠는 책에서 우리가 왜 이렇게 외로워졌는지, 우리가 다시 연결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집중적으로 살핀다.

영국의 경우, 여덟 명 중 한 명은 의지할 수 있는 가까운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외로움부라는 부처를 만들었다. 그 중 심각한 외로움 집단은 청년층이다. 학생들의 경우 이전 세대에 비해 면대면 상호작용을 힘들어하고, 학업이나 취업 문제로 극심한 외로움과 고립감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다섯 명에 한 명은 친구가 없다는 보고다.

저자는 외로움이 그저 정서적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외로움의 위험성은 알코올의존증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만보다는 2배나 우리 몸에 해롭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순식간에 올리고 만성적 외로움은 만성 염증을 일으켜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생명까지 위협한다.

외로움은 또한 경제적 위기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메디케어 지출이 매년 70억 달러(한화 약 8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관절염으로 인한 지출보다 많고 고혈압 지출과 맞먹는다.

저자는 외로움의 치명성은 정치적으로 극단주의를 부채질하고 분열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외로움과 포퓰리즘은 의외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다. 사회적 낙인 때문에 외로움을 인정하는 걸 무척 힘들어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겪는 외로움은 전통적인 외로움의 정의보다 훨씬 넓다며, 새롭게 외로움을 정의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주변사람과의 단절 뿐 아니라 정치인과 정치로부터 단절돼 있다는 느낌, 일과 일터에서의 소외, 사회의 소득에서 배제, 스스로가 힘이 없고 무시당하는 존재라는 느낌까지 아우른다.

저자는 우리사회가 이렇게 외로워지고 원자화된 이유들을 하나하나 살펴나가는데, 우선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지목한다. 이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빼앗고 내면의 나쁜 것들을 끌어내 분노와 종족주의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공감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잃어간다.

인종 차별 등 구조적이고 제도적 결함도 소외를 부추긴다. 또한 도시로의 대규모 이주, 업무 환경의 급격한 재편성, 근본적인 생활 방식의 변화도 외로움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가령 공동도서관 등 공공 시설은 공감과 배려, 소통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시민교육의 장이지만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지역에서 공공도서관, 공원, 놀이터, 청년 센터, 커뮤니티 센터에 대한 예산은 급감했다. 다른 사람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시민성과 포용적 민주주의를 연습할 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세기적 외로움의 근원을 더 밀고 가는데, 바로 1980년대에 등장한 신자유주의에 닿는다. 신자유주의 이념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오로지 승자독식사회를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패자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거대 기업과 거대 금융에 큰 권력과 재량권을 부여, 주주와 금융시장이 게임의 규칙과 고용조건을 재편하도록 허용했다. 여기에 인간관계에도 중대한 변화를 일으켰다. 초경쟁과 이기심 추구를 통해 서로를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 시민이 아닌 소비자, 공유하는 사람이 아닌 축적하는 사람, 돕는 사람이 아닌 투쟁하는 사람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저자는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세계를 다시 모으려면 자본주의를 공동선과 다시 연결하고 자본주의의 심장에 돌봄과 온정과 협력을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정부나 기관, 대기업이 주도하는 접근으로는 어림없다. 개인 각자가 저마다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고립의 시대/노리나 허츠 지음, 홍정인 옮김/웅진지식하우스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