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촌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뒤늦게 보완책을 내놨다. 투기 목적이 아닌 관행적·경미한 농지법 위반은 곧바로 처분하지 않고 자진 정비나 농지은행 위탁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21일 당정협의를 통해 밝혔다. 상속이나 고령화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와 마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임대차도 일률적인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불법 전용 농지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사후 양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7월 말 기준 전체 조사 대상의 27%에 해당하는 284만 필지를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했다. 8월부터는 심층조사 중으로, 농민들은 경작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농지를 뺏길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특히 고령이나 질병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에게 농사를 맡기거나, 상속으로 농지를 물려받았지만 직접 경작하지 못해 다른 농민에게 빌려준 이들은 투기로 몰리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농업인끼리 농사 편의를 위해 농지를 임대하거나 서로 바꿔 경작하는 것도 농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이다.

농심이 뿔난 것은 재산권과 직결된 일을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설명 없이 밀어붙이듯 추진한 데 있다. 위반 의심 농지를 가려내겠다며 전수조사에 나서기 전에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다. 농민들로선 어떤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이후 어떤 처분이 이뤄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조사를 받아야 했다. 정부가 뒤늦게 농촌 현실을 반영한 것은 다행이지만, 일단 내지르고 문제가 불거지면 수습하는 식의 정책 추진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

무엇보다 ‘관행적·경미한 위반’과 ‘투기 목적의 중대한 불법’을 어떻게 가를 것인지 기준이 불명확하면 현장의 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조사 공무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면 형평성 논란과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보완책을 내놓는 데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를 법령과 지침으로 명확히 해 농민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촌은 인구 감소·고령화에 지방소멸 위기까지 겹치면서 농지를 실제 경작할 인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인구가 70%에 달했던 시대의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지금의 농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청년이나 신규 영농인이 막대한 대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농지를 직접 매입해 농업에 뛰어들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농지 소유와 실제 경작을 반드시 일치시키는 데만 매달리기보다, 농지를 경작자에게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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