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 의혹엔 “모르는 일” 반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와 유럽연합(EU) 접경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민 사태를 중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 해결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이번 사태를 놓고 벨라루스와 러시아 등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 책임은 부정하면서도 사태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국영 방송채널 로시야-1의 ‘모스크바, 크레믈린, 푸틴’ 프로그램에 출연해 벨라루스 난민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벨라루스 난민 사태의 배후라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우린 모르는 일”이라며 강하게 거듭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려는 것”이라면서 “러시아 국적 항공사가 이번 난민 사태와 관계가 있는가? 누가 러시아 여객기에 탔는가?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인데, 누군가 제3국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탔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왜 그들(서방 국가)이 우릴 거론하나. 누군가에게 책임과 비난을 전가시키고 싶기 때문”이라면서 “애초에 수십만명의 난민들은 그들 때문에 발생했다. 난민 사태로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은 그들”이라고 덧붙였다.
푸틴은 이번 난민 사태에 대해 방송을 보고 알았다며 “나는 루카셴코(벨라루스 대통령)와 그 전에 논의한 적이 없다. 사태 발생 이후에 두 번 통화했다”고 말했다.
한편, 벨라루스의 이민자 규모는 6월 EU가 여객기 강제 착륙·인권 침해·시민사회 탄압 등을 자행했다며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끄는 벨라루스 정권에 경제 제재를 단행한 뒤 급증했다.
최근 몇 개월 간 벨라루스를 통해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EU 국가로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은 계속 증가해 현재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1만4000명 정도가 벨라루스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벨라루스가 러시아를 포함해 10여개국에서 자국 항공기로 중동 난민 수만명을 수도 민스크로 데려온 뒤 EU 접경지역에 밀어넣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EU의 제재 조치에 난민을 무기로 삼아 보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언론 포쿠스온라인에 따르면 벨라루스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사는 난민 상대 벨라루스행 항공권과 국경 안내 서비스를 묶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해 수천만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가 15일부터 항공사와 여행사 등으로 제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은 자국에 대한 제재가 ‘비생산적’이라며 반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즈비그뉴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벨라루스와 배후로 지목되는 러시아 등을 겨냥해 ‘난민 밀어내기’로 유럽의 혼란을 촉발하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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