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민음사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은 쿠바출신으로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이 된 이탈로 칼비노가 마르코발도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단편소설집이다. 민음사가 출간하고 있는 이탈로 칼비노 전집의 다섯번째 작품이다.
이 책은 1980~90년대에 ‘꿈꾸는 노동자 마르코발도’ ‘나의 사랑 마르코발도’ 등의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 이탈로 칼비노 재단과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은 후 새롭게 독자를 만나게 됐다.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 세계는 동화적이고 우화적인 스타일의 초기 소설과 환상 문학으로 분류되는 ‘선조 3부작’의 중기,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학 실험이 이루어진 시기로 나눌 수 있다. ‘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은 그 중에서도 동화ㆍ우화적 스타일에서 환상 문학기로 넘어가는 초중기 작품들을 담았다.
대도시 가난한 노동자인 마르코발도를 통해 칼비노는 특유의 환상적 시선을 산업화, 도시화의 부작용에 갖다댔다.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해 환경오염, 자연친화적인 삶, 대도시 공동화, 대가족을 부양하는 서민 가장의 삶, 반려동물 문제 등의 소재를 다뤘다.
책에는 20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여기서 마르코발도는 여섯 아이를 거느린 대가족의 가장으로 아내 도미틸라 및 자식들과 함께 반지하 단칸방이나 옥탑방에서 거주하며 도시에서 갖가지 노동으로 하루 살이 생계를 꾸려가는 인물이다.
‘도시의 버섯’에선 출근길 가로수 옆의 버섯을 두고 청소부와 경쟁을 하게 된 마르코발도가 버섯 때문에 겪는 시련을 그렸다. ‘벤치 위의 야영’은 좁고 후텁지근한 반지하 방에서 벗어나 시원한 야외 벤치에서 잠을 청하던 마르코발도가 소음과 불빛으로 방해를 받는 딱한 사정을 담았다. ‘벌침 치료’에선 마르코발도가 벌침으로 돌팔이 의사 행세를 하게 된 해프닝이, ‘어느 토요일, 태양과 모래와 낮잠’에선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를 위해 강가에 모래찜질을 하러 갔으나 정작 그곳에서 공사용 모래를 채취중인 기계들을 만난 상황이 담겼다.
이 밖에도 ‘시청의 비둘기’ ‘눈 속으로 사라진 도시’ ‘도시락’ ‘고속도로의 숲’ ‘좋은 공기’ ‘소 떼와의 여행’ ‘실험실의 토끼’ ‘잘못 찾은 정류장’ ‘강물이 가장 푸르른 곳’ ‘달과 냑’ ‘비와 잎사귀’ ‘마르코발도 슈퍼마켓에 가다’ ‘연기, 바람, 비눗방울’ ‘혼자만의 도시’ ‘집요한 고양이들의 정원’ ‘산타클로스의 아이들’ 등이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