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부장 취임 8개월 맞아 본지 인터뷰
“국수본 출범 이후 年50만명 피의자 신분 조기해방”
“LH 수사 성과”…투기의심 1374억원 몰수보전
“대장동 사건, 검·경 수사권 문제 연관”
“검찰 거쳐야 하는 단계 많아…기울어진 운동장”
“수사·기소 분리가 원칙, 영장청구권 독점 삭제해야”
여성대상범죄엔 “다크웹 추적 등 첨단 수사기법 개발 중”
수사경찰 자부심도…“그래도 경찰은 수사, 보람 커”
[헤럴드경제=신상윤·강승연 기자] “국가수사본부는 아직 정착되는 단계입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불안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국가수사본부가 ‘한국 수사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경찰이 더 많은 신뢰를 받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으로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탄생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초대 수장으로 취임한 지 8개월째를 맞는 남구준(54) 본부장은 최근 헤럴드경제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취임 직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에 직면한 그는 1시간 가량 계속된 대화 내내 “오로지 국민을 위한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남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국수본부장 취임 8개월째다. 그동안의 소회는.
▶2월 말에 취임하자마자 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졌다. 그때부터 내세웠던 목표는 인권과 현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 중심 책임수사 실현이었고, 안착을 위해 노력해왔다. 국수본 체제 출범 이후에도 일부 국민들께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따끔한 충고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 중심 책임수사 체계가 안착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아직 국수본이 왜 필요한지 모르는 국민들도 있다.
▶국수본의 핵심은 경·검 수사권 조정이고, 국민 편익이 주다. 국수본 체제 이후 피의자 신분에서 조기 해방되는 혜택을 연간 50만명 정도가 보게 됐고, 경찰과 검찰의 이중조사가 사라져 사회적 비용이 많이 줄어들게 됐다.
-그동안 LH 사태 등 주요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아쉬웠거나 성과를 낸 사건은.
▶제가 국수본에 오기 전 일이지만 ‘정인이 사건’은 뼈아픈 사건이다. 3차례 걸쳐 신고가 있었음에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고, 그로 인해 많은 질타를 받았다. 제가 오고 나서는 LH발 부동산 투기 사건이 있었다. 수사 초기에는 과거처럼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경찰도 수사 노하우가 쌓여 있으니 책임지고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을 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4800여명을 대상으로 내·수사해서 56명을 구속했다. 투기 의심 부동산 90건, 1385억원에 대해 법원에 몰수보전을 신청해 인용을 받아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과의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
▶기관 간 협조 체제는 갖춰졌는데, 실무에서는 완벽히 지켜지기 쉽지 않다. 일정 부분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경·검 협의회를 하는 것이다. 다만, 법적·제도적 한계 탓에 경·검은 아직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경찰이 원하는 만큼 수사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검찰을 거쳐야 하는 단계들이 있다. 현장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영장 청구 같은 문제인가.
▶그렇다. 예컨대 유동규 휴대전화는 경찰이 검찰보다 35분 빨리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접수했는데, 검찰도 추적해온 사안이라(검찰이 집행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 등에서 문제가 제기된 만큼 앞으로 더 잘 될 것으로 본다. 최근 협의회를 통해서도 검찰과 얘기를 나눴다.
-영장 청구권을 경찰이 가져와야 완전한 수사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저희 원칙이고, 경·검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다. 영장 청구도 같이 가야 한다. 헌법에서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 조항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경·검 수사권 조정은 아직 미완인 것인가.
▶그렇다. 경찰과 검찰이 밥그릇 싸움을 하듯이 사사건건 부딪힌다면 국민들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법적·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후속조치들이 아직 많다. 형사소송법에 검찰-경찰의 지휘관계가 사라졌는데도, 개별법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영장이 아니더라도 검찰을 거쳐서 가야 하는 것도 있다. 영장심의위원회의 경우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경찰은 심의위원을 알 수 없어 제척, 기피도 못하고, 경찰 입장은 검찰에 전달되는데 검찰 입장은 우리가 모른다. 그밖에 금융시장과 관련해 고발, 수사의뢰를 검찰에만 하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실제 수사에서 아쉬운 사례가 있었나.
▶늘 수사권의 문제였다. 1994년에 처음 경찰청에 들어오면서 수사기획 쪽에서 근무했는데, 그때도 경·검 수사권 조정이 돼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처럼 동력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 등 고위공직자 수사에서 벽에 막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젠 경·검 수사권 조정도 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기구도 생겨서 앞으로는 더 잘 될 것이다.
-최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고, 데이트폭력, ‘n번방’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다.
▶작년 ‘n번방’ 사건 때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을 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첨단 수사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다크웹 추적시스템 등 수사 단서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업해 연구·개발(R&D)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의 경우, 계속해서 법안을 도입하려 하다가 이제야 시행됐다. 해외 사례를 수집하고,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도 시켜서 준비를 했다. 경찰청장께서도 법 시행을 앞두고 각 시·도경찰청에 혼란이나 시행착오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당부하셨다.
-최근 ‘강윤성 전자발찌 살인사건’과 같은 전자발찌 관련 사건은 어떻게 보나. 전자발찌 착용자 대부분이 성범죄자 출신이다 보니 강력범죄로 연결된다는 우려가 있다.
▶오래된 문제다. 법무부와 계속해서 회의를 해왔는데, 최근 협의를 통해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전자발찌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기본적인 자료만 공유됐는데, 앞으로는 수형생활 도중 특이사항 등 실질적인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또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주소를 이전할 때 시스템을 통해 알려주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이버수사의 중요성도 늘고 있다.
▶온라인상 불법 콘텐츠, 명예훼손 등 디지털 관련 범죄와 사이버테러 수사에는 국제규범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이버국제공조 조직, 인력을 대폭 늘렸고, 유명 해외 정보기술(IT) 업체들과도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국제 수사기구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권한 늘어난 만큼 현장의 애로도 많다.
▶3중 심사 등 경찰 수사를 보완하는 제도적 절차가 늘면서 업무 부담도 늘어난 것은 맞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인력 문제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에 계속 요구하지만 다른 부처와의 관계, 예산 문제 때문에 인력을 무한히 늘릴 수는 없다. 자체적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힘든 만큼 수사에 매력이 있나.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경찰은 수사 아니겠나. 다른 기능에 비해 책임도 많고, 복잡하고, 돌발 상황도 많은 건 사실이다. 늘 무슨 상황이 터질까봐 40년간 주말에도 늘 씻고 준비하는 생활을 했다. 그래도 그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면 보람이 크다.
-경찰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그동안은 경찰 수사가 검찰 지휘를 받았지만, 이제는 자기 책임 하에 할 수 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됐다. 인력 등 어려운 점들은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장 어려운 점 때문에 수사 부서를 기피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지원해줬으면 한다. 경찰 수사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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