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대면 상황속 첫 대선
온라인 커뮤니티 막강한 영향력
커뮤니티 성향, 후보 별로 분화
참여도 제고·극단적 분열 양면성
선거사상 가장 큰 영향력 불가피
검증되지 않은 정보 유통 우려 ↑
#1. “윤석열 손바닥에 왕 글자. 언론 아무데서도 언급이 없다. 샤머니즘인가?”
국민의힘 TV토론회 다음날인 지난 10월 2일 오전, 한 휴대폰 커뮤니티에 게시글이 올라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가 쓰여져 있다는 게시물이었다.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게시글은 사실로 확인됐고, 윤 전 총장 측은 ‘동네 지지자가 써준 것’이라 해명했다. ‘왕’자(字) 하나에 정치권은 들썩였다. ‘손가락 위주로 씻었다’는 해명은 되레 논란에 불을 지폈고 정법, 천공, 역술인, 오방색 등 무속 키워드들이 정치 입길에 오르내렸다.
#2. 한 중고차 매매사이트와 여성 중심의 육아·생활 정보 사이트의 커뮤니티는 대표적인 친(親) 더불어민주당 성향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선 지지세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로 뚜렷하게 갈렸다. 이는 여론조사 추세로 드러나는 여당 지지층 내 남녀별 지지 후보 분화하고도 맞아 떨어지는 현상이었다. 특히 민주당의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전 여성 중심 육아·생활정보 사이트에선 이낙연 지지층의 선거인단 신청 독려와 지지층 결집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 ‘이변’의 조짐이 되기도 했다.
▶커뮤니티의 분화=‘키보드 워리어’들의 공간으로 취급받았던 온라인 커뮤니티가 정치의 한가운데로 깊숙히 들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특정 대선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각종 정보들을 실어나르는 역할은 물론, 기성 언론에서 놓친 중요한 팩트들을 제공하는 정보 생산자로서의 역할도 한다.
과거 진보·보수 두가지 성향으로만 분류됐던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20대 대선 경선 과정에선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다시 재편됐다. 커뮤니티의 ‘분화’다. 줄잡아 수만~수십만명씩 가입돼 활동하는 커뮤니티들은 가장 빠르게, 매우 폭넓게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그들은 현실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며, 때에 따라선 조직적으로 움직여 현실을 바꾸는 결과를 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결과물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당선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선거 전부터 적극적으로 남성들의 권리 옹호에 나선 바 있는데, 이 대표가 당대표 선거에 뛰어들자 2030 남성층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당원 가입 운동’이 벌어졌다. 이 대표를 당대표로 만들자는 운동이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당원 가입 인증 글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독려했고, 실제로 이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로 당선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 당선된 후 자신의 소신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공언하며 남성 지지층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각 대선 캠프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는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하루 한번 또는 두번씩 보고하는 여타 보고와는 달리 커뮤니티 모니터링 결과는 캠프 상황실과 캠프 기획실로 24시간 실시간 보고된다. 후보도 내용을 읽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선거 캠프 관계자도 “후보에게 직보할 수 있는 인사들이 ‘커뮤니티 동향’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 모니터링 결과를 받아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경선 결과를 두고 ‘특정종교’를 직접 언급한 사례와 함께 최근 윤 전 총장이 ‘위장당원이 많다’는 주장의 근거를 제시할 때 “국민의힘 갤러리에서 봤다”는 발언을 한 것 역시 커뮤니티 보고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간접 증명할 근거다.
▶정치 참여 ‘긍정적’·극단 분열 ‘부정적’=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활발한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20대 대선은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치러지는 첫 대선인만큼,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고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역할이 이전 보다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보다 강한 발언이 주목을 끌게 되는 현상은 커뮤니티 상에서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좀 더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늘 관심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촛불혁명 이후에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주인의식이 더 강해졌다. ‘이 나라는 내 나라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해졌다. 그래서 그런 인식이 커뮤니티 활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예전에는 청년이 정치 나랑 상관없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치를 잘해야 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좀 더 적극적 정치 개입해야 겠구나. 그 단적인 예가 이준석 현상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커뮤니티는 MZ세대가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창구”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대선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일상회복으로 전환한다지만, 전면적인 대면 접촉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나 이런 데는 접종률 60-70%까지 오른다고 해도 확진자가 수천명이다. 그래서 오프라인 선거로 전환하기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며 “한국 사회가 이미 비대면 선거로 많이 이동했다. 커뮤니티나 SNS 등의 영향력이 우리나라 현대 선거 사상 가장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가 자칫 감성적인 대결 구도로 흐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는 적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생각이다. 이게 민주주의적 정치의 과정이다. 그런데 (커뮤니티별 대립 구도가 되면)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한다”며 “여과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흘러들어갈 수 있다. 가짜뉴스, 정확하지 않은 뉴스에 흔들릴 가능성도 많다”고 우려했다. 홍석희·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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