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열심히 일해 재계약 기대 하루아침에 “나오지마” 해고통보…‘알바연대’ 가입 등이 원인인 듯 취업때 받은 근로 서면계약서도…공란으로 지급 엄연한 불법행위
대학생인 이가연(22ㆍ여) 양은 지난 9월 1년여 간 일했던 패스트푸드점에서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매장의 점장은 “그동안 일을 열심히 해줘서 네가 오는 시간에는 안심하고 다른 업무를 볼 수 있었지만 1년 계약이 만료됐다”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간 다른 직원들의 경우 계약이 끝나도 의지만 있으면 관례처럼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됐기 때문에 해고는 당황스러웠다.
이 양은 지난 5월 패스트푸드 업체의 부당한 노동환경을 증언하는 행사에 참석한 일이 떠올랐다. 이 양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시급 5210원을 받고 일주일에 3~4일을 다국적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서 일했다. 많게는 하루에 8시간 가까이 되는 노동이 쉽지 않았지만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수 없다”며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낮은 시급과 불규칙한 근무시간 등은 분명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 양은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서면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취업할 당시 공란으로 된 백지 근로계약서만 받았다. 업무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조합인 ‘알바연대’에 가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 5월 ‘근무시간 조작으로 인한 임금 미지급’ 등 맥도날드의 부당한 노동환경을 증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을 했다 점장에게 불려가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며 주의를 받았고, 해고 당시에도 점장이“네가 노조에서 활동하는 것을 다른 직원들이 불편해한다”고 언급한만큼 이 양은 이런 활동이 해고의 사유가 된 것으로 추측했다.
13일 알바연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는 것은 엄연히 부당해고다. 최진혁 알바연대 노무사는 “업체가 이 양에게 백지로 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했기 때문에 실제로 계약이 만료된 것인지, 1년으로 계약을 한 것인지 여부도 알 수 없다”며 “계약기간이 만료됐다 하더라도, 매니저와 향후 계획에 대해 상담을 한만큼 해고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업주와 계약 만료 이후의 근로 계획을 상담했다면 ‘갱신기대권’에 의해 재계약이 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 고등법원에서는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기간제 근로자라도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법원은 한 비영리재단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그간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했고 앞선 3명의 기간제 근로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을 고려하면 (소송 당사자인)장 씨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이 양 역시 해고 통보가 있기 며칠전에 “학기 중에는 알바 시간을 늘리고 싶다”고 점장과 대화한 상태였고, 다른 직원들도 “매니저로 진급하는 것이냐”고 물을 정도로 의욕적으로 일해온 만큼 자연스럽게 재계약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맥도날드 측은 이에 대해 “계약 기간이 만료돼서 퇴사한 것이고 노조는 해고의 사유가 아니다”며 “맥도날드는 직원들의 정치적인 참여나 신념을 존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백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하는 부분은 사실무근”이라며 “맥도날드에서 근무 시작 전,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동일한 내용으로 기입된 계약서를 수령했다고 서명한 서류를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영섭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이에 대해 “1년계약이 끝났는데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부당해고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엄연히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사례가 있는만큼 어느 정도의 기대권을 점장이 부여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