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티타임’이란 게 있었다. 차를 마시며 친목을 나누는 시간이 아니라 각 언론사 기자가 검찰 회의실에 둘러앉아 주요 수사 책임자에게 OX퀴즈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비공식 브리핑 같은 시간이었다. 검찰이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사안이 사실인지에 대한 판별이 가능했기에 ‘단독 오보’를 대책 없이 따라가진 않았다. 사시(社是)와 논조가 제각각인 수십개 언론사가 한자리에 있는데 검찰이 뭔가 밝힌다고 다 무비판적으로 받아쓰기만 했을까 싶지만 이 시간을 검사와 언론의 유착 타임으로 몰아세우던 분들은 ‘검찰이 뭔가를 흘려준다’며 티타임을 없앴다.
기존 검찰 수사와 공보 관행 개선을 이유로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은 올 8월 한 차례 개정됐다. 법무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 의혹 사건 관련보도를 문제 삼아 “여전히 수사정보가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사 보도를 더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수사 중이더라도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전제로 공식적 공보 내용을 확대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규정 개정 이후 예상대로 ‘깜깜이 수사’에 대한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검찰의 공보가 문제되는 주요 사건 공보 방식이 거꾸로 가면서 되레 ‘국민의 알 권리’와 멀어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의혹 제기가 쏟아진 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경우 기본적인 사안도 확인되지 않는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일 때 추진된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사건의 핵심이어서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9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직후 첫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벌였는데도 이와 관련해 명확하게 확인해준 것이 없다. 공식적 공보 내용을 확대한다면서 수사 단계별로 공개 범위를 세분화한 내용에 압수수색이 있지만 관련발표 자체가 없었다.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공식적으로 알렸던 다른 사건과 비교하면 ‘어떤 때 알리고 어떤 때는 알리지 않는지’에 대한 기준도 알 수가 없다. 주요 인물에 대한 조사 여부도 물론 깜깜이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보도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며칠 지나서야 반박하듯 입장을 내놨다. 유 전 본부장이 진술을 바꾸며 혼선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휴대전화 확보에 소홀하다는 검찰 비판 보도가 나오고서야 오보 대응 차원이라며 사실관계 정리에 나섰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셈이다.
수사를 담당한 기관에 사실 여부를 묻고 확인하는 건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하지만 갈수록 질문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 검찰 공보의 자의적 방패막이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는 어쩌면 이미 현실화됐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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