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서울·전국 PIR ‘역대 최고’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집값만 올라
한은 “매매·전월세 수급불안 우려 계속”
서울에서 중위소득 계층이 중간가격대 집을 마련하려면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8.5년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해당 기간이 10.9년이었는데, 4년여 만에 7년 이상 늘어났다. 생활비로 나가는 돈과 대출 제한 등을 고려하면 서울 ‘내 집 마련’은 드러난 수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8.5배로 2008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PIR은 집값이 가구의 연소득 대비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로, 여기에서는 서울의 중간소득(5분위 중 3분위) 가구가 중간가격대(5분위 중 3분위) 주택을 산다고 봤다. 도시 중산층 가구가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8.5년은 모아야 서울 내 중간수준의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PIR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14년 9월(8.8배)이었다. 이번 정부가 출범할 당시인 2017년 5월 10.9배에서 4년여 만에 7.6년이 늘어 18.5배가 됐다. 소득 증가보다 집값 상승이 가파른 탓에 중간소득 가구의 서울 내 집 마련이 7년 이상 멀어진 것이다.
서울의 3분위 평균 주택가격은 올해 6월 기준 10억3486만원으로, 2017년 5월(5억1602만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뛰었다. 반면 소득 상승은 이에 한참 못 미쳤다. 도시지역 가구의 3분위 월 명목소득은 올해 2분기 466만8410원으로, 2017년 2분기(393만5815원)보다 18.6% 올랐다.
전국 PIR도 2분기 기준 7.1배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2017년 5월 5.7배에서 1.4년 늘어났다.
KB국민은행이 대출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KB아파트 PIR’도 올해 2분기 서울이 13.4배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 지표는 KB국민은행에서 실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의 연소득 중위값, 아파트 중위가격을 반영해 산출한다.
대출자 정보를 보면 서울 기준으로 올해 2분기 연소득 중위값은 5519만원, 아파트 중위값은 7억3750만원이었다. KB아파트 PIR이 8.8배였던 2017년 2분기와 비교하면, 대출자의 연간소득(5213만→5519만원)은 비슷한 수준인데 아파트 가격(4억6000만→7억3750만원)만 크게 뛰었다.
PIR은 연봉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는 것을 전제로 한 수치인 만큼, 생활비나 대출 규제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봉으로 내 집 마련을 하는 데 30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주택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이 기간은 더 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서 PIR이 최근 2년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주택 매매·전월세 시장에서는 수급불안 우려 등으로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8월 기준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이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등 주택 수급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