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공수처에 휴대전화 제출 전 대화방 삭제
대화방 없이 ‘대화 소스 디지털 원본’ 공수처 제출
“디지털 소스라면 조작 가능성 검증 필요” 지적도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김웅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기관에 제출한 스마트폰에 대한 신빙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대화내역이 담긴 채팅창 없이 편집 가능한 소스코드만으로는 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김 의원과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물품들을 분석 중이다. 앞서 제보자인 조씨는 공수처에 자신의 휴대전화 2대와 김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캡처 이미지가 담긴 USB 1개를 제출했다. 하지만 조씨가 공수처에 휴대전화를 제출할 당시, 이미 김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은 삭제된 상태였다. 조씨는 전날 “텔레그램 대화 소스를 디지털 원본 그대로 가지고 있고, 그것을 수사기관에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실제 텔레그램 채팅방이 아닌 디지털 소스와, 대화 내역 캡처 이미지를 제출한 점에서 증거 신뢰도가 상당 부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분야 전문가인 한 법조계 인사는 “디지털 소스라고 하면 완벽한 것으로 사람들이 알겠지만, 모든 디지털 소스는 아날로그 소스보다 조작, 편집, 가공, 삭제, 첨삭이 쉽다”며 “신뢰도는 당연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한 검사도 “제보자 휴대전화에 그 대화방이 그대로 살아 있고, 2020년 4월 3일 주고받은 내용이 딱 떠 있다면 더 할 말은 없겠지만, 제출한 게 디지털 소스라면 조작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어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향후 재판 단계에서 제보자의 제출 증거에 조작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또 다른 부담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검에서 디지털 수사를 맡았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만약 텔레그램 대화방이 있었다면 신빙성이 높아지겠지만 날아갔고, 캡처 이미지 파일이 있다지만 그림 파일 자체는 조작도 가능하니 신뢰성의 문제가 있다”며 “판례상 증거능력은 원본을 우선하고, 원본이 없으면 원본과 사본 간의 편집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공수처에 부담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와 김 의원 사이 텔레그램 대화방은 고발장 전달 사유를 파악할 핵심 증거로 꼽혀왔다. 직권남용 혐의 적용을 위해선 전달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데, 김 의원이 압수수색 전 이미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공수처는 조씨의 전화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대화내역 ‘역추적’ 방식 수사 역시, 조씨가 제출한 디지털 자료만으로 이뤄진다면 해당 자료들에 편집이 없다는 점 역시 공수처가 증명해야 해 추가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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