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날 기념사 “녹슨 관행으로는 신뢰 얻기 어려워”
특정 재판부 유임 인사, 판사 유학 특혜 의혹 등 리더십 타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때로는 국민의 날선 비판이 깨진 유리조각처럼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다. 국민의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이해 국민의 비판을 언급하며 신뢰 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사법부 독립에 대한 도전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더욱 거세지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흔들림 없이 정의를 선언하는 용기와 사명감으로 그 도전을 극복하고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 왔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익숙함에 기댄 녹슨 관행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면서 “국민의 공감과 신뢰는 우리의 용기와 사명감의 원천이 되어 사법부 독립을 더욱 굳건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올해 초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 과정에서 정치적 언급을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가 거짓말로 확인됐고, 최근에는 특정 판사에게 유학 연수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재판이 여러 건 걸린 며느리 회사 임원들을 대법원장 공관에 초청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특정 재판부를 유임해 사실상 재판에 관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최근 법원행정처에서는 법관 지원 요건을 법조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하향하는 제도 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여당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일련의 일들을 거치며 김 대법원장이 법원 내부에서 상당 부분 신망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회의를 중심으로 한 사법행정 구조의 전면적 개편, 법조일원화 취지에 부합하는 법관임용방안 개선, 형사전자소송의 도입, 차세대전자소송시스템과 미래등기시스템의 완성 등 아직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면서도 “좋은 재판을 위해 뿌린 오늘의 작은 씨앗들이 언젠가는 국민의 신뢰라는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사법부 독립의 알찬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1948년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받고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9월 13일을 법원의 날로 정했다. 대법원은 2015년부터 기념식을 열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고(故) 이대연 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와 조영수 서울고법 법원사무관, 최진기 전주지법 법원 주사 등에게 대법원장 표창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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