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가운데 지난 6월 인권단체들이 “인권위의 성(性)인지도 및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제 인권단체에 보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86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인권위공동행동)’은 지난 6월 말 국제기구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 서한을 보내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을 인권위가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의 등급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ICC는 각국 인권기구의 활동이 파리원칙에 맞는지 심사해 5년마다 A∼C등급으로 나눈다. 인권위는 2004년 가입 당시 A등급을 받았고 2008년 정기심사에서 같은 등급을 유지했지만 지난 3월 ‘등급보류’ 판정을 받고 현재 재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권위공동행동이 보낸 서한에는 ‘인권위원 및 직원의 성인지적 관점, 인권 감수성 부재’도 담겨 있다.
이들은 “성희롱 피해자들이 심리적ㆍ물리적 어려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 인권위의 문을 두드려도 조사관의 고압적이고 회피하려는 태도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여성민우회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지난해 6월 한 피해여성은 조사관에게 가해자의 사과를 원한다고 했더니 “이해를 못 하겠다. 사과가 진심인지 거짓인지 어떻게 아느냐. 피해보상이나 이런 게 낫지 않나”라는 말을 들었다. 이 조사관은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권교육을 권고하는 조치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함으로써 가해자 인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같은 부서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던 인권위 직원 A 씨도 담당 조사관으로부터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 씨는 인권위 진정을 취하하고 가해자를 직접 경찰에 고소했다.
인권위공동행동 명숙 활동가는 “지난 6월 ICC에 보낸 서한에는 성 인지 뿐 아니라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등 인권위 운영의 전반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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