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심리 속에 감춰진 섬뜩한 비밀을 그린 소설 ‘자메이카의 열풍’(리처드 휴스 지음, 김석희 옮김, 문학과 지성)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1998년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최고의 영미 소설 100선’ 중 하나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리처드 휴스의 작품이다.
영국 식민지 시대, 카리브 해 일대의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거친 해적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철부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천진난만함의 본질과 한계를 파고든 소설이다. 1929년 발표돼 당시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후일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같은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꼽힌다.
영국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에 살고 있던 손턴 일가가 어느날 불어닥친 허리케인으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집과 농장이 엉망이 되자 손턴 부부는 슬하 5형제를 영국으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영국행 배는 곧 해적선에 나포되고 아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해적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이 작품의 핵심은 아이들의 순진 무구한 표정 속에 숨겨진 복잡하고 섬뜩한 심리에 대한 통렬하고 냉소적인 묘사다. 지나치게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과 위선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신랄하게 그려진다. 이를 통해 어린이의 순진무구함이라는 낭만적인 개념을 무너뜨리고, 본능에 충실한 그들의 도덕성은 비정한 어른들만큼이나 파괴적인 사실을 일러준다.
이 작품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리처드 휴스(1900~1976)는 영국 출신 작가로 옥스퍼드 대학에 다니는 동안 여행과 모험을 즐겨 걸식생활을 하며 거리의 화가로 돈을 벌고 유럽 미국, 서인도제도, 중동 지방을 여행했다. ‘폭풍 속에서’ ‘다락방의 여우’ 등 총 4권의 장편 소설을 남겼으며, ‘자메이카의 열풍’은 그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