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영훈 작곡가 ‘명곡의 향연’

‘광화문 연가’로 5년 만의 뮤지컬 복귀

“중년 작곡가 역할,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윤도현이 ‘광화문연가’를 통해 5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고(故) 이영훈 작곡가와의 명곡을 무대로 소환한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그는 죽음을 앞둔 작곡가 명우 역을 맡아 찬란했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CJ ENM 제공]
윤도현이 ‘광화문연가’를 통해 5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고(故) 이영훈 작곡가와의 명곡을 무대로 소환한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에서 그는 죽음을 앞둔 작곡가 명우 역을 맡아 찬란했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무리 ‘국민’ 수사가 흔해졌대도, 어떤 사람의 이름 앞에선 거부감이 없다. ‘국민 로커’ 윤도현이 그렇다. 10명 중 9명은 윤도현을 YB로 기억해도, 가수 데뷔 1년차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 ‘나름의 역사’가 있다. 1995년 환경문제를 다룬 뮤지컬 ‘개똥이’가 첫 주연작. 가요계 선배 김민기가 연기경험도 없는 윤도현을 학전 무대에 세웠다. 이후로 몇 차례 뮤지컬을 거치며, 은퇴 아닌 은퇴를 선언했다. 2016년 ‘헤드윅’이 마지막이었다.

“스스로 뮤지컬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음악과 예능을 병행하다 보니 뮤지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고, 음악에만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윤도현이 다시 돌아왔다. ‘광화문연가’에서 죽음을 앞두고 시간을 관장하는 신 월하와 함께 1980~1990년대의 기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중년 작곡가 명우 역을 맡았다. 뮤지컬 재도전은 5년 만. “피드백이 냉정한” 열일곱 살 딸에게 “연기도 잘 한다”는 칭찬도 들었다.

‘광화문연가’는 윤도현에겐 특히나 각별하다.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 명곡을 쓴 고(故) 이영훈 작곡가와의 인연은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끌었다.

“이영훈 형님과는 두 번 정도 녹음을 같이 했어요.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투병 중이실 때 문병을 갔어요.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아졌을 때인데도 침대에서 곡을 쓰고 계셨어요. 뮤지컬을 만들겠다며 저에게 꼭 해야 한다고 하셨죠.” 유언처럼 남겨진 말은 윤도현이 이 작품을 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하늘에서 보고 되게 좋아하실 것 같다”며 “그 노래들이 남아서 이렇게 좋은 기억으로 모든 사람에게 들려지니까 후배로서도 너무나 기쁘다”고 했다.

윤도현은 ‘광화문연가’를 통해 “‘창작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극중 명우의 모습이 어떨 땐 내 삶과 너무도 닮아 내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윤도현은 ‘광화문연가’를 통해 “‘창작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극중 명우의 모습이 어떨 땐 내 삶과 너무도 닮아 내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광화문연가’는 같은 창작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이해의 폭이 컸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창작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사람들은 작곡가나 창작자들의 결과물만 알지,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고 창작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음악을 만들거나 창작할 때는 없던 걸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이 필요하고, 주변 상황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인간관계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홀해질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심해지기도 하고요.”

그 모습이 윤도현과도 판박이다. 그는 “어떨 땐 내 삶과 너무도 닮아 내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곡을 만들기 위해 온갖 상상력, 경험한 것, 경험하지 않은 것조차도 동원해요. 어떤 땐 책이나 영화를 떠올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없는 얘기를 만들어 내기도 해요. 고통스럽지만 완성 후의 희열 때문에 힘든 작업을 반복하는 거예요. 저도 겪어봐서 이해도가 높고, 감정을 더 이입할 수 있었어요. “

극중 명우 역시 자신의 음악 세계를 만들기 위해 풋사랑을 동원하고, 상상의 나래를 편다. 스스로가 만든 첫사랑을 창작의 세계로 수혈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이 ‘광화문연가’의 골자다. 그 과정에서 들리는 이영훈의 명곡들은 관객의 가슴에 저마다 다른 감정을 새긴다. ‘광화문연가’의 가장 큰 힘은 ‘음악’이다. 윤도현은 ‘광화문연가’를 준비하며 뮤지컬 무대에 어울리는 창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예전에 뮤지컬을 할 때 ‘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절제하고 섬세한 감정을 보여주려 힘을 뺐어요.” 연습 시작 전부턴 술과 담배도 끊었다. “섬세함을 살리기 위해서는 목 상태가 좋아야 하거든요. YB를 할 때는 러프한 맛에 록을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목소리 상태로는 안 될 것 같았어요.” 노력은 무대에서 증명됐다. 그의 목소리는 어떤 배우의 것보다 드라마가 탄탄하다. 관객의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윤도현은 ‘광화문연가’에 대해 “중장년층 연령대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은 이야기”이자 “명곡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윤도현은 ‘광화문연가’에 대해 “중장년층 연령대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은 이야기”이자 “명곡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인생을 관조하는” 작품이자, 한 시대를 함께 한 음악이 흐르는 만큼 객석엔 유달리 중장년 관객층이 많다. 윤도현은 “우리 연령대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은 이야기”라고 했다.

“중장년이 되면 스스로도 모르게 죽음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까 고민하는 나이거든요. 이 생과의 작별을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기도 하고요. 행복하게 작별하고 싶어요. ‘유쾌하게 잘 살다 갑니다’. 이런 마음으로요. 그러려면 더 잘 살아야겠다 싶어요.”

무심결에 찾아오는 메시지에 음악이 실리면 전달력은 더 커진다. 그는 “명곡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각박하고 힘들 때, 일상에 답답함을 느낄 때 음악을 들으면서 추억여행을 하거나 잊었던 기억을 되살리기도 해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잃으면 각박해지고, 타인을 향한 혐오감이 싹트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을 통해 잠시나마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힘든 삶을 살아갈 에너지가 충전되잖아요. ‘광화문연가’가 사랑을 채워주는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