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상 추가 인상에 나설 게 분명해 보인다. 기준금리 특성상 일회성 인상으론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은 줄곧 현 수준에서 한 두번 올리더라도 긴축이 아니며, 기준금리 인상은 한 두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단, 한은이 ‘질서있는 정상화’를 강조해왔단 점을 감안할 때 곧바로 다음 회의가 열리는 10월보단 그 다음 회의가 개최되는 11월 2차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시그널 석달만에 ‘속전속결’ 인상=한은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0%로 인하한지 1년이 된 지난 5월부터 금융불균형 누적에 대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주열 총재는 기회가 닿는대로 각종 행사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필요성을 피력하며 시장에 강한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냈다. 이에 이르면 이달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단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발생된 코로나19 4차 유행이 인상의 걸림돌로 부상, 인상 시점이 최소 3분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학습효과, 백신접종 확대, 온라인소비 확산 등으로 재확산의 경기 영향이 우려 수준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상의 길이 열린 것이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지난달 카드결제액은 82조13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6.3% 증가했으며, 전월과 비교해서도 1.7% 상승했다. 승인 규모 자체로도 올 들어 최대다.
▶단기금리→대출금리→예금금리 순으로 영향=한은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기본적으로 7일물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의 고정입찰금리로 초단기금리린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친다. 이는 마치 채찍의 손잡이를 흔들면 몸통부터 꼬리까지 파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기일물 단기시장 금리, 여수신 금리, 장기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대출 중에선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신용대출이 기준금리 인상을 가장 빨리 반영하게 되며, 주택담보대출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르는 변동금리의 경우 코픽스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예·적금 이자 변화에 따라 상승하게 된다.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기준은 주담대 혼합형도 시차를 두고 오르게 되는데, 이날 인상은 여러 차례 예고됐기 때문에 일정 부분 선반영돼 있는 상태다.
수신금리는 대출금리보다 기준금리 반영 속도가 느리다. 예금금리는 기준금리에 각 금융기관이 자금의 보유 현황, 마케팅 전략 등의 경영정책,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하는 경쟁금리를 더해 산출된다.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기민하게 연동되는 대출 금리와 달리 예·적금은 주로 1~2년 만기의 고정금리이기 때문에 조정된 기준금리가 반영되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게 되며, 금융기관 입장에선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서 굳이 높은 이자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예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낮아진 것도 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드만삭스 “11월 한번 더 올릴 것”=기준금리의 금융시장 영향은 추가 인상 여부와 시점에 따라 부가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연내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상 기조의 지속성이 확인될 경우 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 등 안전자산의 선호가 강화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기업들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지 않는 이상 주식시장은 숨고르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4일(현지시간) 한국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8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 인상이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은 이번 인상에 따른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쇄적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과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이 공조 효과를 발휘할 경우 심리 위축 등으로 중장기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 이후 3차례(2005년 10월~2008년 8월, 2010년 7월~2011년 6월, 2017년 11월~2018년 11월)의 금리 인상시기를 보면 되레 주택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동성 회수에 따른 긴축보다 경기개선 요인이 부동산 수요를 더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상이 마무리된 이후 주택 가격은 일정폭 조정을 보인 바 있어 이번에도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시점 이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단 관측이다.
▶한번 인상으로 이자부담 3兆 늘어=또 이번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부담 확대는 불가피한 상태다. 이미 대출 금리에 인상분이 일정부분 반영된 상태지만, 추가로 0.25%포인트 가량 상향된다고 가정할 경우 이론적으론 3조1000억원(6월말 가계대출잔액 1705조원, 6월말 잔액기준 변동금리 비중 72.7% 기준) 가량의 이자가 늘어난단 계산이 나온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총 1%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부담이 11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단, 부채증가 억제를 통해 원금상환 부담이 축소되면 장기적으론 채무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 한은 서둘러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내년 예정된 정치 일정 등이 감안됐단 평가도 나온다. 연초부터 3월 선거를 전후로 상반기까진 대선 정국이 펼쳐질 것으로 보여 현실적으로 금리 조정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남은 세 번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8월, 10월, 11월) 중 10월을 징검다리로 8월과 11월을 인상 타이밍으로 설정한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내년 3월 퇴임하는 이주열 총재의 의중도 상당 부분 반영됐단 시각도 제기된다. 이 총재는 지난 2014년 재임 기간 중 이번을 제외하고 총 11번의 금리 조정을 벌였는데 이 중 내린 적은 아홉 번이고 인상은 나머지 두번 밖에 없다. 취임 당시만 해도 2.5% 수준이었던 금리가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퇴임 전 최대한 정책여력을 확보해 놓겠단 판단을 했을 거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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