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검찰이나 경찰수사를 받다가 자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력 정치인이나 대기업 오너와 같은 공적인물의 경우에는 고소를 당하거나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언론보도가 난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끄럽거나,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억울하거나, 강압수사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았거나....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개 이러한 사연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수사기관에 의해 수사 대상으로 돼 있는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 수사를 계속해야 하나, 아니면 수사를 중단하고 끝내는 것이 맞나. 범죄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기 위해서 수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사가 중단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사가 중단되고 종료되는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수사의 의미와 관련이 있다.

대법원은 범죄 혐의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를 제기·유지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수사라고 정의한다. 수사기관인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할 수 있도록 형사법에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수사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처벌해야 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는 수사할 의미가 없게 된다. 따라서 검사는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소송조건이 결여된 것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한다. 만일 재판 진행 중에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재판부는 결정으로 공소를 기각한다. 유·무죄에 대한 실체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성폭력 범죄에 한해서 기존 수사체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하급자에 대한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당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후부터다. 성폭력 가해자로 고소당한 피의자가 사망했더라도 끝까지 수사해 진실을 파헤치자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고소가 있은 후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검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지 아니하고 고소사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고, 얼마 전에는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된 로펌 대표 변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자 피해자 변호사가 검찰에 이의하겠다고 반발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취지 자체는 공감이 간다. 성범죄 사건의 진실이 묻히거나 피해자에 대한 의혹 제기로 인해 2차 가해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는 기본적으로 재판을 위한 것이다. 돌팔매질을 하거나 인격을 말살하려는 수단이 아니다. 그런데 사망해 재판을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수사를 계속해서 결과를 발표하라는 건 수사기관의 권위를 빌려 가해를 확정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방어권 보장 없는 수사결과가 어떻게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까. 오히려 성폭력 사건에서 피의자 진술 모순을 확인할 수 없어서 증거불충분으로 끝나면 그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한 살인이나 다중 피해를 입힌 다단계 사기와 같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범죄와의 형평을 고려하면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정된 수사 인력의 배분 문제도 제기된다. 그리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몰각될 위험도 있다.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별도 기구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피의자가 사망한 때도 수사를 계속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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