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올해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정된 판사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 사업 위함” 해명

전직 판사들, “이례적 넘어 사법 사상 최초”

대법원 로비. [헤럴드경제 DB]
대법원 로비.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법원이 때아닌 ‘기회 공정성’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대법원이 당초 선발 계획에 없던 판사를 올해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학부 시절 의학을 전공한 A판사를 올해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정했다. 통상 해외 연수계획을 먼저 잡고, 이듬해 유학을 가지만 A판사는 다른 판사들을 앞질러 유학할 기회를 얻었다. 판사들 사이에선 전례가 없는 특혜성 사례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인사총괄심의관 명의로 법원 내부망에 해명글을 게재했다. A판사는 컴퓨터 과학과 통계학 연계분야 차원에서 데이터 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하버드대 응용계산과학원에 사적으로 입학허가 신청을 낸 것으로, 일반적인 판사 해외연수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구축 계획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수대상 법관으로 뽑히지도 않은 판사가 외국 대학 연수 승인을 받은 것을 두고 ‘이례적인 선을 넘어 사상 처음있는 특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그 누구도 선발 당해연도에 출국한 사람이 없다”며 “법원에선 당연히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란 조직은 공정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생명으로 삼는 조직이고, 그렇게 안 했을 때 엄청난 문제 제기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일도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해명 역시 ‘위법하지 않다’ 딱 그 정도의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된 판사와 유학 사이의 연관성이 딱히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소송시스템 구축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대법원의 설명과 달리, 기존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에는 이 분야 전공자가 아닌 현직 판사들이 전산정보국 심의관을 맡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것이다. 한 전직 부장판사는 “해당 판사님이 공대 쪽으로 가셨다고 하는데, 정말 전자소송과 관련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전자소송의 기술적인 측면에선 우리도 상당 정도 노하우를 구축해 외국 사례 참조나 수집을 하는 정도면 될 것 같은데, 특히 판사가 유학을 가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