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020년 SH 매입임대 현황 자료’ 분석 결과

기존 다세대 등 재임대 주택 취득가 평당 1640만원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원가 930만원…1.8배나 돼

매입임대주택 비중 서울 42%…전국 시도 중 1위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매입임대주택 84% 사들여

감사 결과 4채 중 1채는 공실…5개구에 절반 편중

“집값 폭등된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

SH 측 “서울시내에서 작은 토지로 최대 효율” 반박

26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매입임대주택 현황을 분석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26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매입임대주택 현황을 분석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매입임대한 주택의 취득가가 공공택지 아파트의 건설원가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다는 시민단체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단체는 “매입임대주택은 ‘짝퉁 공공주택’”이라며 “집값 거품이 빠질 때까지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공공택지 아파트의 건설원가와 문재인 정부 평균 매입임대주택 취득가를 비교했을 때 1.8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경실련은 SH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SH 매입임대 현황 자료’(2002~2020년)를 분석했다. 매입임대란 기존 다세대주택, 다가구 빌라 등을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아 SH 등이 매입해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주택이다.

이 단체는 SH가 개발한 내곡, 수서, 위례 등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원가는 평당 평균 930만원 선인 반면 매입임대주택 취득가는 평당 평균 1640만원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비싸게 매입한 서울 강동구 암사동 다가구주택의 경우 세대당 4억800만원으로,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원가의 2.9배였다.

SH가 공공택지 아파트를 직접 공급하면 평당 1000만원 이하로 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을 2배 더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실련의 주장이다. 이 단체는 공공택지 아파트는 임야 등을 강제수용해 건설원가가 저렴한 반면 매입임대주택 취득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풀이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SH 매입임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매입임대주택은 9만5000세대로 전체 공공주택의 42%를 차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재개발 임대와 장기전세물량을 뺀 기존 주택 매입임대가 약 2만세대(1730채)로 SH는 이들 주택을 사들이는 데 지난 19년 동안 4조801억원을 들였다. 주택 한 채당 23억원, 세대당 1억9000만원 꼴이다.

SH의 매입임대주택 중 대다수가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2011~2020년)에 매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 수 기준으로 이명박 시장 때(2002~2006년) 1164세대(6%), 오세훈 시장 때(2006~2011년) 2300세대(11%)인 반면 현재 매입임대주택 재고 중 1만7533세대(84%)가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가는 갈수록 오른 반면 세대당 토지면적은 줄어들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명박 시장 시절 취득가는 739억원으로 세대당 6349만원, 토지 평당 764만원인 반면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취득가는 3조6659억원으로 세대당 2억1000만원, 토지 평당 2744만원이었다. 이명박 시장 때와 비교하면 취득가는 평당 1980만원, 세대당 1억5000만원 등 3.6배로 늘었다고 경실련은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이같이 비싸게 취득한 매입임대주택 4채 중 1채는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감사원이 발표한 SH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SH 매입임대주택의 공실률은 24%로 노후‧불량주택 방치 등 위법‧부당사항도 확인됐다.

경실련은 수요나 기존 매입 실적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구(區)에 매입임대 공급이 편중된 탓에 공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매입임대 공급이 많은 상위 5개구(강동·금천·성북·구로·도봉)에 총 9095세대가 공급돼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경실련은 “진짜 공공주택의 역할을 못한 채 공기업과 정부의 공공주택 실적을 채워줄 뿐”이라며 “집값 폭등으로 잔뜩 오른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와 부패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는 SH공사의 매입임대 심의위원회가 매입가격의 적정성 등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의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SH 측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대상지가 고갈되고 있는 서울 시내에서 작은 토지에서 최대의 효율을 발휘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택지개발사업이 개발해 공급하기까지 5~10년 가량 오래 걸리는 반면 매입임대주택은 1~2년 내 서울시 전역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장애인, 한부모가정,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저렴하고 신속하게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대규모 아파트 건설사업과 택지비 건설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SH 측은 “단순 비교해 짝퉁 임대주택으로 표현하는 건 매입임대주택 거주자들에게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고 밝혔다.


addres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