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21일 관람객 첫선
이 회장의 평소 문화재 철학 주목
문화계서도 “세계적 박물관 출발점”
“상당한 양의 빛나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실정인데, 이것들을 어떻게든 모아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건희 회장 에세이 중 발췌)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모은 미술 소장품인 ‘이건희 컬렉션’이 21일부터 관람객들에게 처음으로 선을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에도 세계적인 박물관이 필요하다”고 평소 강조해 왔던 이 회장의 꿈이 첫 발을 내딛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재계와 미술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그룹 내부 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문화재, 골동품이다 하는 것은 한 데 모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영국 대영박물관·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등 주요 박물관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이들 박물관은 모두 개인이 소장했던 골동품과 미술작품의 기증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된 곳이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고인이 일찌감치 희귀 소장품의 기증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이 회장 유족들 역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고인의 뜻을 기리는 의미로 미술품 기증에 함께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유족들은 지난 4월 상속세 납부와 사회공헌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미술품과 세계적인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2만3000여점을 국립 기관 등에 기증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회장 유족이 기증한 문화재 가운데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45건,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을 먼저 공개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를 비롯해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 (국보 제134호),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 (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이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도 같은 날부터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작품 58점을 먼저 선보인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변관식, 이응노, 권진규 등 한국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관람객들의 기대도 어느때보다 뜨겁다. 지난 19일 예약을 시작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예매 가능한 모든 관람 회차 티켓(7월 21일~8월 21일)은 하루도 되지 않아 전부 마감됐다. 일주일 앞서 예약을 시작했던 국립현대미술관도 예약 가능한 모든 회차(8월 1일까지)가 매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계 관계자는 “지정문화재와 사료적 가치가 높은 중요 미술품의 대규모 국가 기증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기증 사례”라면서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박물관이 나올 수 있는 출발점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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