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수도권 집중에 지방분권 필요성 커져…지역주도형 뉴딜사업 추진하고 자치경찰제로 치안서비스 향상
대담 : 이형석 정치부 부장
올해로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은 지난 30년 ‘지방자치 1.0 시대’를 결산하고 미래를 향한 ‘자치분권 2.0 시대’를 준비중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고, 대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자치분권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빨간불이 들어온 인구절벽, 과도한 수도권 집중,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 공동화 현상 속에서 자치분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작년 12월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개정돼 지방정부의 권한이 대폭 확대된 데 이어 지난 1일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되는가하면 내년 1월 인구 100만이 넘는 고양·수원·용인·창원 4개 ‘특례시’가 출범하는 등 국민과 주민들 삶에 직결되는 큰 변화도 이어진다.
헤럴드경제는 자치분권 과제를 총괄 조정하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김순은 위원장을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자치분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진단했다.
▶ “지방에서 호미로 막을 걸 중앙에서 트랙터로 막아서야”=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행정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위원장에게 자치분권은 신념처럼 느껴졌다. 그는 “지방자치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며 “지방정부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중앙정부가 트랙터를 끌고 와 막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중앙정부가 나서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지금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주의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나라들은 경험적으로 중앙집권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평상시에는 분권해놓고 유사시 필요할 때는 힘을 모았다가 다시 평상시로 돌아가면 분권을 복원해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인원과 기구를 만들어가면서 현안을 파악해 정책을 생산하고, 이를 지방정부에 전달하고 다시 감시·관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데다 정작 지방 현실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방정부에 넘길 것은 넘겨야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시대 지방분권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했다. 그는 “지방정부에서 드라이브 스루 검사나 재난기본소득, 착한 임대료 운동, 해고 없는 도시, 외국인 전용 생활치료센터 등 아이디어를 냈는데, 이를 통해 주민들도 ‘지방정부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구나’라고 느끼게 됐다”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등 주민주권에 기초한 주민자치의 성숙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방정부의 코로나19 현장 컨트롤 타워 역할은 커졌지만 법·제도상 책임과 권한에서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회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도 지역주도형 뉴딜사업 추진과 지방정부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요즘 김 위원장은 자치분권 법안 입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발의하는 주민조례발안법과 투표 대상을 확대하는 주민투표법, 투표율을 기존 1/3에서 1/4 이상으로 완화한 주민소환법 등 주민참여 3법을 비롯해 지방정부의 정책을 결정하는 ‘제2의 국무회의’가 될 중앙지방협력회의법, 그리고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고향사랑기부금법 등이다. 특히 주민참여 3법의 경우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췄는데 우리 사회에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위원장은 “19세에서 18세로 낮아진다는 것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주인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교육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학교교육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지역사회교육도 함께 해야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시도지사 관심 커진 자치경찰, 치안서비스 향상될 것”=자치분권위원회의 업무 가운데 국민·주민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지난 1일부터 전국에서 전면 시행에 들어간 자치경찰제를 꼽을 수 있다. 국가경찰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이었던 지방경찰청을 시·도경찰청으로 전환해 국가와 지방정부가 함께 운영하는 것이다. 자치경찰은 미국의 NYPD나 LAPD에도 비견된다.
김 위원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지방’을 뗀 서울경찰청은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치분권 2.0 시대에는 시도에 시도경찰청을 두게 되는데 ‘지방’이라는 용어가 삭제돼 지방 소재 경찰청이 더 이상 중앙부처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이 아님을 보여준다”며 “시도경찰청이 중앙과 지방협력조직으로 해석되는 제도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일례로 이전까지 신호등 위치가 잘못됐을 경우 잘못됐다는 판정은 경찰이 하고 신호등 이전은 행정기관에서 하는데 경찰이 건의해도 예산 반영 등 때문에 길면 2~3년 걸리기도 했다”며 “이제 자치경찰은 시도지사의 우선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권자들의 피부에 닿는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 대응도 마찬가지”라며 “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자치경찰제를 둘러싼 권력 분산 미흡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 인사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납득되는 지적”이라면서 “이제 시작인데,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수사례와 문제점 등을 분석해 지속 보완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1월 등장하는 고양·수원·용인·창원 특례시와 부산·울산·창원 동부경남과 진주 서부경남을 아우르는 부울경과 광주·전남에서 논의가 시작된 메가시티 역시 국민적 관심사가 크다. 김 위원장은 먼저 특례시와 관련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 걸맞은 행정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른 시·군·구와 역차별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 100만명 이상 특례시에는 걸맞은 권한을 주는 게 맞다”며 “이외 시·군·자치구도 지역여건에 따라 특례를 부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민 입장에서 지역발전과 주민복리 증진을 위한 맞춤형 행정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치분권위는 강원, 전북, 충북 등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가 없는 지역이라도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할 경우 특례 부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메가시티와 관련해서는 “수도권 집중 심화를 극복하고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목적 아래 초광역권역에 자치권을 부여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자치분권 이념을 지향하고 있다”며 “이미 주요 선진국은 광역 대도시권 육성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일극체제를 다극체제로 분산하는 메가시티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들이 부산·동남권이 됐든, 광주·전남권이 됐든 서울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메가시티가 등장하면 서울과 함께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 위해 여전히 과제 많아”=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성과에 대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가야할 길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제1단계 재정분권 완료로 매년 8조5000억원 가량의 지방재정을 확충하게 된 것과 2020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주권 구현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국정 동반자 지위에 올라서게 됐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질적 확대를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며 “적극적인 지방 이양을 위한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을 마무리하고 제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조속히 완성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처리 등 후속조치를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는 올해를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자치분권 2.0 시대의 원년으로 만들고자 한다”면서 “혁신적 정책시도와 지방정부의 거버넌스 혁신, 실질화된 주민주권과 주민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2단계 재정분권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와 자치분권을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반드시 재정적 권한이 뒷받침돼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자치분권위는 현재 지방 재정자립을 위한 지방세수 확충, 교육·지방재정 연계·협력 구상 등의 내용을 국무조정실에 전달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2단계 재정분권이 내년부터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처리 등 후속조치를 적극 지원해나갈 계획”이라면서 “지방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재정역량 강화를 통해 주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여가고 국가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리 :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