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완화 계속되면 인플레
금융불균형 저지 어려워져
한은·정부 정책조합은 적절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채비에 나서면서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는 정부와 ‘엇박자’ 논란이 제기됐다. 재정은 확장을 지속하는데 통화만 긴축으로 돌아서는 건 경기 회복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정책조합(policy mix)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생각은 달라질 수 있다.
전미경제연구소가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통화·재정 정책조합과 경제주체들의 신뢰’, 한화투자증권 정리)를 보자. 이 보고서는 재정·통화 정책이 어떤 조합일 때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PM(passive monetary·완화적 통화)/AF(active fiscal·확장적 재정), AM(active monetary·긴축적 통화)/PF(passive fiscal·감축적 재정), AM/AF 등 총 3가지 국면으로 나눠 수년간의 데이터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도출했다.
PM/AF 조합 때는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AM/PF 국면에선 인플레이션 위험은 낮아졌지만 성장 둔화의 위험이 커졌다. AM/AF에선 중앙은행 긴축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을 더 팽창시킨 결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징후가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확장재정과 통화완화를 동시에 가져갈 경우 경기를 강하게 반등시킬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란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통화를 갑자기 긴축으로 선회하면 성장세를 꺾거나 침체를 동반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정책조합을 단편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용하는 게 관건이다. 현재로선 인플레이션 위험을 막고 자산시장 쏠림이 극대화되는 금융불균형을 저지하기 위해 통화정책만 약간 긴축으로 이동하는게 적절할 수 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차원에서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고, 크게 뛴 자산가격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성장과 부동산 가격 잡기를 함께 바라는 정부와 한은이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단 해석이 가능해진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상무는 “지금처럼 확장적 재정정책을 쓸 때 사람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지면 통화정책이 살짝 긴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낮아지면 통화정책도 다시 중립으로 돌아가서 성장을 지원해야 하고, 이런 정책조합으로 무너지지 않는 장기 고성장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gi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