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등 29일 오전 합동 감식
화재 후 8분간 스프링클러 ‘잠잠’…조작 의혹
“수신기에 스프링클러 조작여부 기록이 남아”
선반 위쪽 천장 가까이서 발화
“층고 높아 작동 안 했을 가능성”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현장 합동 감식이 29일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화재 원인조사뿐 아니라 스프링클러 작동 지연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자 40명과 함께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화재가 시작된 해당 물류센터 지하 2층을 중심으로 화재 원인과 불이 확산한 경위 등을 자세히 살펴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화재 원인뿐 아니라 불이 급속도로 번진 이유와 피해가 커진 이유에 대해서도 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스프링클러를 꺼두거나 조작했을 경우 수신기에 기록이 남아 이를 확인할 수 있고, 화재감지기 작동시간도 수신기에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감지기의 작동시간이 늦을 경우 감지기 불량 가능성이 있거나 층고가 높아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해당 건물에는 ‘R형 수신기’가 설치돼 있고 여기에는 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수신반 등이 탑재돼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됐고 임의로 조작했다면 그 기록들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20분께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화재 당시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는 물품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 전선에서 처음 불꽃이 이는 장면이 포착돼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발생 2시간40여분 만인 오전 8시19분께 큰 불길이 잡혔지만 3시간 뒤인 오전 11시50분께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하면서 곧 건물 전체로 확산했다. 이후 발생 닷새 만인 지난 22일이 돼서야 완전히 진화됐다.
앞서 조사 결과, 해당 물류창고의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8분이 지나도록 작동하지 않았다. 공개된 CCTV 화면 속에서도 물류창고 선반 위쪽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연기가 자욱해질 때까지도 작동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상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도 지난 20일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 당국이 조사한 바로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며 “8분 정도 꺼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면상 물류센터의 지하 층고는 10m지만 발화지점에서 천장 높이는 3~5m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층고가 높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
소방 관계자는 “합동 감식 결과와 정확한 증거를 통해 스프링클러 지연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며 “조사 결과를 통해 소방법 위법 여부에 대해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행 소방관련법에 따르면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 또는 차단 등의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joo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