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산·강·들·도심...낮보다 뇌쇄적인 ‘부산의 밤’

아미산전망대 등 현지인 추천 야경명소 50곳 넘어

BTS 정국이 살던 ‘만덕동·레고마을’ 밤의 서정 포근

광복·남포동·자갈치 지나 영도 청학마을 야경 ‘핫플’

수영강 ‘밤크루즈’·기장~해운대 ‘전기차 투어지’ 신설

센텀시티 ‘뮤지엄 다’ 800만개 LED로 초현실 작품 구현

레프팅보트·요트·카약·패들보드 등 즐길거리도 다양

‘화려하고 짜릿한’ MZ세대 놀이터...夜심만만 부산
수영강 크루즈
‘화려하고 짜릿한’ MZ세대 놀이터...夜심만만 부산
뮤지엄 ‘다(DAH)’
‘화려하고 짜릿한’ MZ세대 놀이터...夜심만만 부산
‘소형 람보르기니’ 친환경 전기차 투어지 패트롤에 나선 여행자들.
‘화려하고 짜릿한’ MZ세대 놀이터...夜심만만 부산
광안리 해양레포츠센터의 빅섭.
‘화려하고 짜릿한’ MZ세대 놀이터...夜심만만 부산
방탄소년단 정국이 살던 만덕동엔 예쁜 레고마을.
‘화려하고 짜릿한’ MZ세대 놀이터...夜심만만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

바다, 산, 강, 들, 도심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부산의 밤은 낮보다 뇌쇄적이다.

물상이 잠을 청하고 네온과 불빛이 깨어나, 도시의 티끌을 묻은 채 어렴풋한 형상 만을 비출 때, 부산은 세상에서 가장 짙은 밤 화장을 한다.

서쪽 아미산전망대, 송도 케이블카에서부터 동쪽 기장의 죽성성당, 고흐의 별밤 그림 같은 문중방파제에 이르기까지, 부산 밤 정취를 만끽할 현지인 추천 명소는 족히 50곳은 되는 것 같다. 뉴욕엔 변변한 산이 없고, 부산야경 포인트는 홍콩의 최소한 5배는 된다.

▶지민, 정국, 은지 키운 부산, 야(夜)심만만=방탄소년단 지민의 고향 윤산 자락, 정국이 살던 만덕동과 레고마을 밤의 서정도 포근하다. 강다니엘이 자란 영도는 낮과 밤 모두 매력적이고, 정은지의 고향 해운대와 인근 수영강,광안리는 밤 유람선을 띄워 여행자와 야경의 거리를 좁혔다.

‘홍콩간다’던 홍콩 야경 투어가 끝났다는 안내를 듣자 부산 출신 여행자가 “이기 다가?”라고 한 말은 유행어가 됐다. 부산관광공사는 올해 야경명소로 ▷F1963 ▷감천문화마을 ▷영화의 전당 ▷흰여울문화마을 ▷동래읍성 ▷황령산 ▷아미산 ▷송도 케이블카 ▷마린시티 ▷광안리 Sup Zone ▷다대포 ▷봉래산 ▷호천마을 ▷친환경스카이웨이 ▷영주하늘눈 ▷천마산 하늘전망대를 선정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와 부산시가 뉴노멀 시대엔 야간관광이 제격이라 여겨 매력포인트를 대거 추가했다.

수영강~해운대에 밤 크루즈를 띄우고, 기장과 해운대에는 람보르기니 처럼 차문이 위로 열리는 전기차 ‘투어지’ 야간 패트롤을 신설했다. 광안리엔 서서 타는 패들보드(SUP)가 광안대교 아래를 밤낮으로 수놓는다. 대낮에 센텀시티의 ‘뮤지엄 다(DAH)’에 가면, 현란하게 움직이는 추상미술이 제주 ‘빛의 벙커’를 윽박지르며 야경 같은 한낮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용두산·광복·남포동·자갈치, 아! 영도다리=용두산 타워에서 파노라마 같은 ‘겉’ 야경을 보다 내려가, 광복동-남포동 ‘속’ 야경을 노닌다. 고갈비 집이 드문드문 남아있고, 패션거리를 지나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메카 답게 연예인 거리를 만난다. 장혁·조진웅·정용화·정은지·설운도·김원효 등 출향 대중예술인에다 부산을 사랑하는 송해 선생이 참여했다.

화려한 도시 네온사인은 바닷가로 가까워지면 곰장어,생선 굽는 향기·연기가 곁들여진다. 자갈이 많던 곳, 자갈치시장 먹자골목에 온 것이다. 국제시장, 깡통시장도 멀지 않다.

남포동지하철역 앞에 있는 영도다리가 열리면 늘 가슴이 아려온다. 1934년 만들어진 이후 한국현대사와 함께 했다. 피란민 배식판을 여는 ‘개판 5분전’ 신호가 울리면 생존과 재건을 향한 열정은 극에 달했다. 몇몇은 고단한 삶을 견디지 못하고 영도다리로 왔다. 정부는 이곳에 ‘자살방지 특공대’를 배치한다. 태종대에선 음식을 팔던 정영숙씨가 감시하다 사재를 털어, 보초 세우듯 구명사(救命寺)를 지었다. 부산시는 나중에 관광용 전망대까지 만들어 어리석은 선택을 원천봉쇄했다.

▶영도 아경명소 청학동을 아시나요=영도에서, 조선산업의 숨은 역군 깡깡이(아지매) 벽화마을, 해녀잠수복의 탄생지, 강다니엘이 모교 신성중 은사에게 고등어초밥을 대접했던 유성탕 아래 밥집은 낮에 유명한 곳이라, 밤엔 영도다리를 건넌 뒤 청학마을이 있는 왼쪽길을 택한다.

청학배수지 전망대는 봉래산 7부능선쯤인데, 부산 중동부해안과 부산항대교 풍경을 잘 조망하는 곳이다. 명마를 길렀던 곳, 국내 첫 고구마 재배지임을 상징하는 말과 농부의 동상이 서있다. 영화 ‘블랙팬서’, ‘신과 함께’ 오락 ‘무한도전’도 찍었다.

여기서, 주상복합 옥탑사찰 무위사를 지나 3분만 걸어내려가면 방울 등 금속가공품, 사무용품 제조사 신기산업의 카페가 있다. 이 곳 역시 바다뷰, 야경조망 명소이다.

흰여울 문화마을과 절영산책로엔 MZ세대 청춘들이 밤낮으로 넘쳐난다. 금정산 줄기가 뻗어가다 바다에 끊겼다는 뜻의 절영도였다가 줄여서 ‘영도’라고 부르는데, 요즘 부산 사람들은 한자 안쓰고 영어 쓴다. ‘Young Island’ 영도다.

▶강~바다 크루즈와 초소형 람보르기니 투어=부산의 MZ 프렌들리는 해운대 바다와 수영강이 만나는 지점을 오가는 리버크루즈로 이어진다. APEC 나루공원을 출발해 마린시티, 광안대교를 볼 수 있는 코스로 도심형 유람선. 나이트크루즈가 최근 떴다.

강 물결에 드리운 밤 조명을 헤쳐나가는데, 루프탑에서 멋진 폼으로 밤 정취를 흡입한다. 파도가 뱃전에 전해지며 바다 구역이라고 느끼는 순간, 광안대교와 해운대 마천루가 눈앞에 펼쳐지며 절정에 이른다.

인근 해운대 벡스코에 가면 미니 람보르기니가 차문을 하늘로 연채 도열해 있다. 앞뒤 2인승 초소형 전기차 투어지(TOURZY)이다. 전동킥보트처럼 빌려 시속 60㎞까지 달릴수 있는 투어지로 해운대 일대와 기장 오시리아 일대, 두 곳의 밤을 누빈다. 일반 차량과 함께 달리는데, 로터리에서 느린 투어지에게 길을 양보해주는 마음은 귀엽고 새로운것에 대한 애정인 듯 싶다.

해뜨는 아침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기차여행이 좋겠다. 미포~청사포~송정 4.8㎞ 구간의 동해남부선 옛 철길위에 수려한 해안절경을 즐기는 열차를 다니게 한 것이다. 동해해변열차 처럼 바다만 보게 경기장 스탠드처럼 좌석을 놓았다. 차창은 스크린이 된다. 더 높은 모노레일에 4인승 스카이캡슐이 동행한다.

▶10여종 해양레포츠 광안리, 요즘 예술핫플 ‘다’=최근 수영구가 역동적인 젊은 공무원들로 해양스포츠팀을 신설해 육성한 광안리의 해양레저 인프라도 MZ세대의 놀터다. 해양레포츠센터에선 레프팅보트,밴드왜건,요트,카약,디스코·제트·바나나·모터 보트 등과 함께 요즘 뜨는 패들보드,제트서프,전기보드를 즐긴다. 서서 잔물결 위에서 타는 패들보드를 광안리에서 밤낮으로 타는데, 특히 이곳엔 가족들이 한꺼번에 타는 ‘빅섭’도 있다.

부산의 여러 예술공간 중 요즘 뜨는 곳은 센텀시티의 ‘뮤지엄 다(DAH)’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유니크 베뉴로 선정된 이곳은 미디어 아티스트 ‘꼴라쥬플러스’와 예술 전문 기획사 KUNST1이 설립했다. 800만개의 고화질 LED를 바닥과 천장, 벽면 825m²에 설치해 6면체 실내 전체를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구현한다. 음악보다 더디던 미술 감흥의 즉각성이 가장 센 곳이다.

밤낮이 모두 아름다운 송도해상케이블카에는 최근 암남공원~동섬을 150m 송도용궁구름다리로 연결했고, 황령산엔 전망쉼터 카페가 더 근사해졌다. 이기대공원(동생말) 140m LED조명길이 새로 생겼고, 정국의 만덕동엔 전망대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

봄엔 대저들과 낙동강둑방, 여름엔 바다와 수영강, 가을엔 산, 겨울엔 포근한 거리와 미식, 뭐든 다 되는 국제관광 거점도시 부산이다. 온국민의 취미는 ‘국난극복’, 부산 사람들이 더 가진 부캐 취미는 ‘변신’이다.

함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