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인 상장폐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래소의 자체적인 ‘대청소’라고 본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재계약을 앞둔 한 은행 관계자가 한 말이다. 잡코인이 사라지면 거래소에서 ‘믿을 만한 코인’만 취급하겠다는 뜻이니, 실명 계좌를 제공하는 은행으로선 위험 요인이 사라지는 셈이라 잃을 건 없다.

그러면 거래소들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대청소를 하는 것일까?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정분석원(FIU) 신고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야 한다. 실명 계좌를 받지 못하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의 90%를 차지하는 원화거래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은행과 손을 잡느냐, 아니냐에 따라 생사가 달린 셈이다. 은행 실명 계좌를 가진 곳은 상위 4개 거래소뿐인데, 이들도 재평가는 받아야 한다.

특정 알트코인들에 대한 거래지원을 종료한 한 거래소는 상장폐지의 이유로 “사업방향이 불투명하고 상장 유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내놨다. 거래소 측은 “코인을 상장하고 수상하다 싶으면 다시 상장폐지하는 건 늘 해오던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상장 과정을 알면 폐지 이유도 추론이 가능할 수 있다. 그 동안의 코인은 어떻게 상장됐을까? 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는 브로커를 통해 거래소에 접촉한다. 그런데 거래소가 브로커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상장을 허용했다는 논란이 최근 불거졌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보수적이던 대형 거래소들도 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브로커들로부터 돈을 받고 상장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상장을 거래소 마음대로 했으니, 폐지도 언제든 가능한 구조다. 사실이라면 그동안 거래소들이 ‘엿장사 마음대로’로 영업을 했던 게 된다.

상장폐지가 됐어도 그동안 거래소는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폐지로 인한 기회비용 보다는 생존을 통해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 폐지 과정에서 손절성 거래까지 발생했다. 발행사들도 상장으로 얻은 이익은 적지 않다. 브로커들도 중개수수료를 받았을 테니 남는 장사다.

문제는 투자자다. 2030이 코인에 적극적인 이유는 취업난과 집값 상승으로 계층 이동이 어렵고, 월급 저축만으로는 노후 대비는커녕 집도, 차도 살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지난 4월 하루평균 4대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22조원에 이르렀고 장중 최고 거래량은 4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지난 5월 거래대금은 8조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자기투자책임의 원칙’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면 정부 탓을 할 수 있을까. 금융 당국은 그동안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이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금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조항이 신설된 후에야 금융위의 역할이 명문화됐다.

정체도 모호한 가상자산이 합리적 기준 없이 거래소에 상장되고, 일부 세력의 시세조종까지 이뤄지던 ‘코인 광풍’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릴 듯하다. 이제부터라도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명하게 플랫폼을 운영해 투자자들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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